바람 한 줄기 불어주지 않는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나 주의보가 내렸다고 한다.
오후 다섯 시가 넘었지만
찜통 속 같은 8월 초의 더위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는다.
그악스런 매미 울음은
이미 소리가 아니라
눅눅한 열기로 변해 버렸다.
주전자 뚜껑을 달그락거리면서
쌔액쌔액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같은.
그런데
곤충의 울음마저 습도와 온도로 체감되는
그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나는 더운 줄을 모르겠다.
눅눅한 열기 속을 떠도는 포도향 때문일까?
나는
후각만 남은 짐승처럼 킁킁거린다.
포도가 익으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며칠 전에 지인의 포도밭에 갔었다.
아직도 익지 않은 시큼한 포도를 입에 넣고
얼굴 찡그리며 떠 오르는 생각들..
아득하여 간절하고,
간절하기에 뜨겁게 타오르며,
그래서 목마르고,
목 마르다가 이내 서늘하게 슬퍼지던 그리움.
그러나 그리움도
드물게는 따뜻한 행복이 되기도 한다.
포도밭은 오래된 마을에 자리잡았는데,
주변엔 이미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곧 포도밭 앞으로 큰 도로가 나게 된단다.
어쩌면 이 곳도 머지 않아 사라질지 모른다.
이곳만 남기고
오래 전에 사라져 버린 주변의 포도밭들처럼.
좀더 시간이 흘러,
내가 또
누군가의 포도밭을 찾게 되는 일이라도 있다면
지금 이 시간
내 곁에 있었던 사람들을 그리워하면서
따뜻하게 행복하리라.
그리움도 때로는 따뜻한 행복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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