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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기독교의 장례법에 관하여

Jackim 2012. 6. 10. 11:02

 

[네티즌을 위한 알기 쉬운 기독교]

(31)기독교의 장례법에 관하여

[국민일보] 2012-04-13 29면 09판 문화 기획,연재 3049자

■ 어떤 장례방식이 성서적입니까? 매장입니까? 화장입니까?
■ 화장(火葬)을 하면 후에 부활할 수 없다고 하던데 근거가 있습니까?
장례방식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가?


장례방식은 각 민족마다 종교와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습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인류사회에는 크게 아홉 가지 정도의 장례방식이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첫째로, 시신을 땅이나 굴속에 묻는 매장(埋葬)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흔한 장례법이지요. 땅 속에 묻는 방식도 기후풍토와 문화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천연동굴이나 인공동굴 속에 매장하는 방식은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 민족의 매장법이기도 합니다.

둘째로, 시신을 불에 태워 장사지내는 화장(火葬)이 있습니다. 흔히 전쟁터에서 많은 시신을 처리할 때, 또는 전염병으로 사망한 경우에 화장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다시피 화장은 힌두교와 불교에서 도량이 넓은 승려를 대상으로 발전되어온 장례법이기도 합니다.

셋째로, 주로 티베트와 같은 고원지대 사람들이나 얼음지대 사람들이 선택하는 조장(鳥葬, 또는 天葬이라고도 함)이 있습니다. 화장목을 구하기도 어렵고, 땅에 묻을 수도 없는 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장례법으로 독수리 같은 날짐승들이 와서 뜯어먹게 하는 방식인데, 육신을 하늘로 돌려보낸다는 종교적 의미도 있습니다.

넷째로, 시신을 비바람이 강한 곳에 노출시켜 자연적으로 소멸시키는 풍장(風葬)이 있습니다. 시신을 넣은 관을 깎아지른 절벽이나 바람이 강한 암벽 등에 걸어놓는 방식으로 지금도 중국의 무이산(武夷山)이나 신농계(神農溪) 절벽 등에서 종종 발견되는 장법입니다.

다섯째로, 강물이나 바닷물 속에 시신을 처리하는 수장(水葬)이 있습니다. 물이 사물을 정화시킨다는 사상에서 나온 장례법으로 영혼을 정화시키고 죽은 자에게 자유로움을 부여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여섯째로, 고대 이집트에서 수천 년 동안 행해졌던 미라장이 있습니다. 시신이 부패하지 않도록 내장 등을 꺼낸 뒤 몰약, 향, 고무진액 등의 특수약품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시신을 미라로 만드는 것은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 소망 또는 부활신앙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일곱째로, 시신을 생전의 모습 그대로 보존하는 임바밍(embalming)이 있습니다. 시신이 썩지 않도록 혈액 대신 방부제를 주입해서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방법으로 북한의 김일성, 러시아의 레닌, 중국의 모택동, 베트남의 호치민 등이 이런 방식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여덟째로, 시신을 냉동상태로 보존하는 냉동장(冷凍葬)이 있습니다. 훗날 복제기술이나 의학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그때 다시 살고픈 욕망으로 인해 흔히 죽은 사람의 유언에 의해 이루어지는 장례방식입니다.

아홉째로, 시신을 나무 밑에 묻는 수목장(樹木葬)이 있습니다. 시신을 그대로 나무 밑에 묻는 매장형과 화장해서 그 재를 나무 밑에 묻거나 흩뿌리는 산골형이 있는데, 산골형이 친환경적 장례법으로 각광받는 장례방식이며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장려되고 있는 장례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목장은 1997년에 스위스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독일, 뉴질랜드,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에서 각광받고 있는 자연장의 한 형태입니다. 사람과 나무는 상생하며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회귀하기 때문에 고인을 지정된 나무 아래에 묻고 그 나무를 보면서 고인을 추념한다는 것이 수목장의 취지입니다.

어떤 장례방식이 성서적인가?
이상의 아홉 가지 범주에 들지 않는 장례방식도 수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방식이 성서적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습니다. 3000년 전에 기록된 구약과 2000년 전에 기록된 신약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당시 이스라엘 민족의 장례법은 주로 동굴매장법으로 바위나 돌산 같은 곳에 옆으로 굴을 파고, 시신을 넣고 바위로 입구를 막는 방식이었습니다(요 11:38). 아브라함과 그의 아내 사라도 그렇게 막벨라 굴에 묻혔고(창25:9-10), 예수님 역시 그런 무덤에 안치되었습니다.(마27:59∼60) 야곱은 미라로 처리되어 동굴 속에 묻혔고(창50:2-3), 요셉 역시 야곱과 같은 방식으로 묻혔습니다(창50:26). 이러한 매장과 미라 외에 화장과 수목장도 성경에 나옵니다. 이스라엘의 초대왕이었던 사울과 그의 아들들이 전쟁터에서 전사했을 때 야베스 사람들이 그들의 시신을 수거하여 화장하고, 뼈를 거두어서 에셀나무 아래 묻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삼상 31:12∼13).

그 외에도 화장에 관한 이야기가 성경에 나옵니다(암 6:10). 이렇게 성경에는 매장, 미라장, 화장, 수목장 등이 등장하지만 그런 방식이 곧 기독교적 장례법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장례방식은 그 시대의 종교, 문화, 환경적 요인 등이 결부되어 민족과 지역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요즈음처럼 환경의 문제가 중요한 가치로 등장하는 시대에는 친환경적인 방식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삼라만상을 보존하는 가장 좋은 장례방식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매장문화로 인하여 64만ha의 국토가 묘지로 조성되어 있으며, 이는 국토이용의 장애요소가 되는 것은 물론 산림훼손과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도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4분의 3이 묘지로 변하고 있어 죽은 사람으로 인해 산 사람이 발붙이고 살아갈 땅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어떤 방식이든 기독교에서 말하는 부활신앙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흔히 무덤과 육체가 남아있지 않으면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 우리 몸이 어떻게 부활할 수 있느냐는 순진한(?) 질문을 하는 성도들이 있지만, 부활하는 몸은 우리의 육체 그대로가 아니라, 바울사도가 표현한 대로 ‘신령한 몸’(또는 신비한 몸, 고전 15:44)이기 때문입니다. 바울사도는 분명히 “살과 피로는 하나님나라를 유산으로 받을 수 없다”(고전 15:50)고 했습니다. 육체는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창조된 존재가 인간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인간의 육신을 가장 빨리 자연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성서적인 장례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강영선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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