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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이단이란 무엇인가?

Jackim 2012. 6. 10. 10:35

 

[네티즌을 위한 알기 쉬운 기독교]

(24)이단이란 무엇인가?

[국민일보] 2012-02-24 31면 09판 문화 기획,연재 2599자

이단이니 이단종파니 하는 말을 많이 듣는데, 도대체 이단이란 무엇입니까
기독교에서는 기독교 이외의 다른 모든 종교를 이단이라고 합니까
이단이란 무엇인가?
좋은 질문이며, 꼭 필요한 질문입니다. 우선 전제할 것은 이단(異端)이란 용어는 타종교를 향해서 사용하는 용어가 절대 아닙니다. 우리 기독교에서는 불교나 힌두교나 이슬람교와 같은 타종교를 가리켜 이단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점은 타종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가톨릭이나 정교회와 같은 타 교단들, 그리고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순복음교회 등과 같은 개신교 안에서의 타 교파들을 향해서도 사용할 수 없는 용어입니다.

다만, 같은 종교 안에서 거짓 진리(또는 유사진리)를 가르치는 종파나 지도자를 가리켜 이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품으로 말하면 제대로 된 메이커에서 만들어낸 정품이 있고, 그 정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불량품이 나올 수 있지요. 또는 정품을 흉내 내어 비슷하게 만든 짝퉁이 나오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기독교의 모양을 지니고 있지만 본질은 기독교에서 벗어난 짝퉁 종교단체를 이단 또는 이단종파라 부르고, 기독교의 본질에서 벗어난 짝퉁 가르침을 이단사상이라고 부릅니다.

국어사전에서 이단이란 ‘바르지 못한 길’ ‘비뚤어진 길’ ‘사악한 길’등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설명만으로는 충분치 못합니다. 문자적으로 이단(異端)이란 우리말은 ‘끝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즉 나무의 뿌리, 가지, 줄기, 잎사귀가 모두 비슷한데, 막상 열매를 맺고 보니 열매가 다르다는 뜻이지요.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찌니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또는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따겠느냐.”(마 7:15∼16) 이 말씀대로 외형적인 교회당의 모습이나 거기서 되어지는 예배행위는 정통 기독교와 비슷한데, 결국은 교주를 신격화해서 섬기게 하든지, 성경이 아닌 다른 것을 경전으로 삼든지,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 이외에 다른 어떤 것을 동등하게 또는 우월하게 취급하는 것이 전형적인 이단들의 행태입니다.

초대교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이러한 이단들이 숱하게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만 해도 자칭 재림예수라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칭 감람나무니, 자칭 메시아니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또한 흔히 종말론을 빙자하여 이단종파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시국이 어수선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할 때, 나라가 역사적으로 위기를 당할 때, 기성 교회들이 사회와 역사를 선도할 만한 힘을 상실할 때, 그러한 이단종파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합니다.

미국의 시한부 종말론에서 출발한 여러 종파들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1920∼30년대에 자칭 ‘재림예수’로 유명했던 황국주, ‘새 주님’ 행세를 했던 김성도 여인, 양도천의 세계일가공회 운동, 그리고 1992∼93년에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시한부 종말론의 여파로 인해 생겨난 종파들, 나아가서 현재에도 교주를 신격화하거나 교주가 받았다는 계시를 성경에 버금가는 것으로(또는 성경 이상으로) 취급하는 모든 유사 기독교 단체들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이단의 판별기준은 무엇인가?
그러면 이단을 판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교리적으로는 사도신조와 니케아신조 등 기독교 2000년 동안 전통적으로 고백해온 정통교리에 위배되는 것을 믿거나 가르치면 이단으로 취급됩니다. 사도신조와 니케아신조 등 정통 신앙고백문에는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고백,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 성령에 대한 고백, 교회에 대한 고백, 부활과 영생에 대한 고백 등 기독교의 핵심교리가 요약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신조들은 초기 기독교 역사 수백년에 걸쳐 공적 회의에서 고백되고 검증되고 승인되어 오늘날에 이른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신조에 위배되는 가르침은 이단이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성령 이외에 교주나 다른 인간을 그와 동등하게 혹은 우월하게 신격화하는 것도 전형적인 이단의 행태입니다. 또한 하나님의 말씀이 담긴 성경 이외에 다른 어떤 책이나 글을 성서와 동등한(또는 우월한) 가치를 지닌 경전으로 취급하는 것도 이단을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흔히 교주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기록한 책이라고 주장하면서, 어떤 특정한 글이나 책을 신성시한다면 그것은 틀림없는 이단입니다.

나아가서 성경을 잘못 해석하여 이단이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흔히 요한계시록과 같은 성경을 잘못 해석하고 풀이하여 자기 나름의 교리를 만들고 가르치는 것 역시 이단들의 전형적인 행태입니다. 또는 하나님의 성령이 아닌 다른 잡신의 영을 받아 잘못된 계시를 가르치고, 그리스도의 복음에 반하는 가르침으로 신도들을 유혹하는 것도 이단들의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한번 이단종파에 빠지게 되면, 마치 마약에 중독되듯이 그 중독성이 매우 강해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이단종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통교회를 통해 성경을 바르게 배우고 훈련받아야 하며, 하나님의 성령이 아닌 다른 영들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영성생활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강영선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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