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에서는 미사를 드린다고 하고, 개신교에서는 예배를 드린다고 하는데 이 두 가지는 어떻게 다른가요? 같은 기독교 안에 왜 이렇게 용어가 다릅니까? ■ 천주교 신자들 중에는 가톨릭의 미사만이 온전한 예배이며 미사에 참여해야 구원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주장에 신빙성이 있습니까?
우리말로 예배란 예(禮)를 갖춰 하나님을 경배(敬拜)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이 용어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용어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 용어는 주로 기독교의 예배에 국한시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톨릭교회가 사용하는 미사(missa)라는 단어 역시 크게 보면 기독교의 예배입니다. 다만 미사는 성찬예식에 비중을 둔 예배를 말합니다. 미사는 라틴어입니다. 주후 313년 기독교 공인 이후 기독교가 양적으로 급성장하면서 예배의식도 발전했는데 당시는 로마제국이 통치하던 시대였고 라틴어가 공용어였기 때문에 모든 예배의식이 라틴어로 형성되었습니다. 미사란 예배를 마칠 때 “미사가 끝났습니다(Ite missa est). 세상에 나가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사제의 선포에서 유래한 용어이며 그중에서 미사(파송 또는 선교라는 의미)라는 단어를 택해 예배 전체를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세계 모든 가톨릭교회가 공통된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 미사라는 라틴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예배라는 용어를 대신해 가톨릭과 정교회 같은 예전적 교회는 레이뚜르기아(leitourghia)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는데, 이 단어는 영어 예배식(liturgy)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레이뚜르기아는 개신교의 예배(worship)와는 뉘앙스가 달라서 예전(禮典) 또는 전례(典禮)로 번역됩니다. 그리고 기독교 전통에서 이 용어에는 제의적(祭儀的) 요소가 강해 상대적으로 말씀의 요소가 약화되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따라서 가톨릭과 정교회는 이 용어를 즐겨 사용합니다. 종합해 볼 때 우리말의 예배라는 용어가 미사나 레이뚜르기아라는 외래어보다는 더 포괄적이고 보편적이며 우리의 문화적 정서에 맞는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개신교의 예배와 가톨릭의 미사는 용어만 다를 뿐이고 본질은 같습니다. 다만 개신교의 예배가 성찬예식을 포함할 수도 있고, 포함 안할 수도 있는 데 비해 가톨릭의 미사에는 성체성사(성찬예식)가 제외될 수 없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성찬예식이란 예수의 몸과 피가 빵과 포도주의 모습으로 하나님께 드려지는 참된 희생을 의미하며, 그리스도 공동체의 하나 됨과 하나님에 대한 의지 신앙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거룩한 식탁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성찬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 자매됨을 확인하고, 세상에 나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기독교 예배의 두 가지 큰 요소는 말씀과 성찬입니다. 본래 초대교회 시절에는 비록 오늘날과 같이 잘 짜여진 예배는 아닐지라도 말씀의 예배와 성찬 예배가 균형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중세 가톨릭교회에서는 말씀의 예배가 소홀히 취급되고 성찬에 비중을 둔 미사가 성행했습니다. 당시 팽배했던 교권주의로 성직자의 권위와 비성서적인 교리가 예배에 반영되면서 말씀을 소홀히 하고 성찬예전만을 강조하는 미사가 성행했던 것입니다. 결국 16세기에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개혁자들은 예배에서 말씀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보다 철저한 개혁을 원했던 츠빙글리 계열이나 칼뱅 계열의 일부 개혁교회에서는 성찬을 경시하고 말씀만을 강조하는 예배형태를 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에 건너가 새로운 기독교 전통을 수립하고자 했던 청교도들에게서 더 심했습니다. 말씀 중심의 개신교 예배는 자연히 성령의 사역을 강조하게 되었고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요소들이 찬송과 기도와 말씀에 반영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개인적 회심을 불러일으키고 교회를 성장시키는 데는 많은 효과를 거두기도 하였으나 개인주의적인 신앙풍조와 수많은 교파를 양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개신교 중에서도 성공회나 루터교 계열은 예배에서 가톨릭적 미사요소를 어느 정도 받아들여 말씀과 성찬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 루터교 등 말씀의 예배와 성찬 예배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교회를 ‘예전적 교회’라고 부르며 그 외에 말씀을 강조한 나머지 성찬예식을 절기행사 정도로만 취급하는 개신교를 ‘비예전적 교회’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개신교의 예배와 가톨릭의 미사, 이 두 가지 스타일의 예배의식에 20세기 후반부터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성체성사 중심의 예배를 드리며 말씀을 소홀히 해왔던 가톨릭교회는 미사에서 말씀을 회복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성찬예식을 소홀히 해왔던 개신교는 예배에서 성찬의 요소를 회복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1980년대 출판한 ‘리마예식서’는 말씀의 요소와 성찬의 요소를 잘 조화시킴으로써 교회일치를 추구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한국의 개신교는 비예전적인 청교도 예배정신에 뿌리를 둔 미국교회의 선교사들에 의해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초대교회 시절부터 비예전적인 말씀 중심의 예배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나 예배학적으로 볼 때 성찬이 배제된 말씀 중심의 예배는 온전한 예배가 못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말씀과 성찬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세계 모든 그리스도 공동체와의 동질성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세계교회와의 일치를 추구해야 합니다.
강영선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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