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겨가지고..
늦은 시간에 전화가 울리면 이건 분명 엄마다
또 한잠 주무시고 일어나서 내 시간에 맞춰
잠이 안오는 밤을 이용하여 여기저기 번호를 눌러대고
계신것이다. 나 일하는 중 하면 두말없이 인사도 없이
끊어 버린다. 그럴때면 마음이 짠해서 계속 듣고 있는데
어떤때는 아주 긴시간을 통화한다.
휴가라도 가서 옆에 있을라 치면 나는 컴퓨터를 하고
엄마는 계속 이야기를 한다
어떤 말을 했는지 다 모를때가 더 많지만 그래도 가끔
맞장구를 쳐야만 한다.
아니면 너 또 안듣지 하고 실망스런 표정으로 TV로
시선이 옮겨 가곤 한다.
내가 기억하고 아는 엄마는 자기 표현을 안하는 사람이었다
그제는 중국에 있는 동생이 전화가 와서 엄마가 한시간을
넘게 나한테 뭐라했는데 집에 뭔일 있어? 하고 묻는다
그냥 베시시 웃으면 일이 없으면 뭔일을 만들겠지
엄마가 말이 많이 늘었지? 어느날 부터인가 말이 참 많이
늘었다는 생각을 생각을 했다. 나 뿐만 아니라 조카에게도
모두에게 그렇게 이런 저런 얘기를 조목조목 기억력도 좋다.
어제도 여념없이 전화가 울렸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일찍 집에 들어와 있겠구나' 하는 말로
시작하여 날이 따뜻해 지는데 산소에 쑥부쟁이가 나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것을 정비해야 한다는 등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못생긴 사람만 당하는겨" 한다. 뭐가 못생겨
못생긴 것이 무엇인데..... 당숙집에는 산소정비를 위해
돈을 내라고 했다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했는데
그런일은 있는 돈으로 하는것이라고 이미 말해뒀다
왠일이여 전에는 그런말 표현안하고 살았잖아 했더니
"식구끼리야 싫고 좋고 잘하고 그르고 섭하고 그런것을
뭐하러 말하냐" 그러면 마음만 어려워지고 어차피
그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 돼 버리는데,
하지만 그런것은 다르잖아 할말은 해야지..
못생기면 늘 받게 된다니까....
"엄마 되게 똑똑하다." "난 엄마가 이렇게 똑똑한 줄 몰랐네"
야! 그만 끊어 내가 이런것들이랑 무신 할 말이있다고 ...
하면서 네 몸이나 좀 아껴라 그렇게 일해서야 원.
여기서 못 생긴것은 "겉 똑똑"이라는 뜻이다.
'띡' 하고 통화음 끊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갑자기 뒷통수를
꽝하고 한대 얻어 맞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그저 생각나는 대로
입밖으로 던져진 말들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줬을까 하는
생각과 허물없다는 이유로 쉽게 내 생각과 주장만 건네며
이렇게 해도 괜찮을 거라고 아무생각없이 굳어져 버린
내 방식이 갑자기 공황을 만든다.
한꺼번에 무안하고, 부끄럽고, .....
어디서 주워 읽은것 같다.
"겸손"이란 발이 아니라 발보다 더 밑에 땅"이라는 것이다.
"발을 밟혀서 미안해요"
밟혔을때 바로 그 밑에 들어가 있는 내발이 곧 겸손이라는 것
노인네는 움직이는 백과사전 인것이 분명하다
엄마가 말이 많아진 것을 들으면서 어쩌나 울엄니 이제
이세상과 작별할 준비 하시나 하고 내심 안타 까웠는데
이제는 내 심증까지 꽤 뚫어 보네
'못생겨 가지고...' 이렇게 혀끝을 찼을까!
사진위에 94년 적혀 있는것을 보니 용평스키장인가 보다 앨범이 오래되니 접착도 떨어지고 이제 기억력도 없어서 이거 어디다 두고도 널 전해주지 못할까봐 미리준다 면서 얼마전에 건네 받은 사진이다.
친구에게 아이디어를 얻어 사진을 다시 사진으로 찍어뒀다. 좀 흐릿하기는 하지만 추억하기엔 나름대로 괜찮은것 같다. 보관했다 건네 준 것이라서 내게 이런모습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