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옷’ 틈새서 ‘웰빙 옷’이 뜬다
패션시장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다. 과거 유아복과 속옷에 활용되던
유기농 면, 대나무원사 등 친환경 소재들이 최근에는 캐주얼과 아웃도어(등산복) 쪽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더베이직하우스는 이달 초 녹색의식을 가진 여성들을 겨냥한
친환경 브랜드 ‘아이반’을 선보였다.
티셔츠·점퍼·바지 등을 2~3만원 선에 내놓아, 유기농 소재는 고가라는 인식을 뒤집었다. 다음달 명동·강남점을 시작으로 올해 매장 15곳 열 계획인 아이반은 유기농 면뿐만 아니라
삼베, 아마, 대나무, 콩 섬유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여성캐주얼, 속옷, 침구, 타월 등
제품들을 선보일 방침이다.
코오롱은 남성캐주얼 쪽에서 천연소재 적용을 늘리는 한편,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제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남성캐주얼 브랜드 헨리코튼은 이달 말 대나무, 숯 등 친환경 섬유로 만든
상품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출시한 유기농 면 티셔츠는 일반 면제품보다 1~2만원
비싸지만 판매율이 70%를 넘어설 만큼 인기를 끌었다고 회사쪽은 설명한다.
이에 따라 헨리코튼은 올해 친환경 상품 비중을 15% 이상까지 높였다. 맨스타 캐주얼도
올봄 대나무와 키토산 티셔츠를 내놓을 예정이다.
제일모직과 엘지패션도 일부 제품에 친환경 콘셉트를 적용했다. 제일모직의 로가디스
그린라벨에서는 대나무 니트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국 쓰촨성에서 자생하는 대나무
섬유소를 추출해 만든 원단을 써서, 세균과 냄새를 억제하는 기능이 탁월하다고 회사
쪽은 설명한다. 또 빈폴골프는 자외선 차단 등의 효과가 있는 대나무 바지를 내놓은
바 있다.
엘지패션은 캐주얼브랜드 헤지스가 지난해 유기농 청바지를 선보였고, 닥스에서 출시하는
가죽 핸드백의 절반 정도에 식물성 염료를 쓰고 있다.
아웃도어 쪽은 친환경 콘셉트가 가장 각광받는 영역이다. 코오롱스포츠는 올봄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제작한 배낭·티셔츠를 내놓는가 하면, 콩·대나무 섬유 등을 활용한 의류도
선보인다. 케이투(K2)는 바지에 대나무 섬유를 써 부드러운 촉감과 항균성을 더했고,
노스페이스는 천연 대나무 원사와 재활용 섬유 등 환경 친화적 소재 활용도를 올리고 있다.
또 이랜드의 버그하우스는 앞으로 5년 안에 전체 의류의 20% 이상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
는 계획이다.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의류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줄인데다 환경보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유럽 등지에서는 중요한 패션 흐름으로 이미 자리잡았다.
이에 비해 국내 패션업체들은 그동안 가격이 높고, 염색 등에 제약이 있다는 이유로 적극
활용을 꺼려 온 게 사실이다. 헨리코튼 상품기획팀의 송희승 팀장은 “유기농 면의 경우
강제 착색을 시키지 않으면 갈색, 베이지색 등만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 표현에 한계가
따르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친환경 패션이 전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국내 업계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한겨레] 2008-03-14 21면 총06면 143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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