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하며]/경영리즘들

짐 콜린스의 굿 투 그레이트

Jackim 2008. 1. 26. 02:17
    [나의애독서]짐 콜린스의 굿 투 그레이트/전상일 동양종금증권 사장
    [세계일보]2007-11-10 05판 42면 1635자 문화 기획,연재
    회사 대표인 내게 주위에서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물어올 때가 많다. 나는 언제나 망설임 없이 “좋은 회사”라고 말한다. 이렇게 자신있게 말하는 이유는 최근 수년간 과감한 변화와 끊임없는 혁신의 결과로 회사 위상이 크게 격상되었고, 지금도 열정과 실력으로 가득 찬 임직원들이 고객과 주주를 만족시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한다. 사실 ‘좋은 회사’는 수없이 많다. 이 때문에 좋은 회사로만 인식된다면 그냥 괜찮은 회사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좋은 회사에서 안주하지 않고 위대한 회사가 되기 위한 원천은 무엇인가? 짐 콜린스의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는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베이스를 기초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발전을 이룬 11개 기업을 선정, 이를 통해 좋은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좋은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먼저 ‘적합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즉, 조직이라는 버스를 타고 어디로 갈 것인가를 정하기에 앞서 누구를 태울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성장을 위한 기존의 접근 방법은 ‘유능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1인의 리더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굿 투 그레이트’는 완전히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기존의 천재적인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리더가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면 조직 전체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위대한 기업은 적합한 사람들로 하여금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도록 한다. 기업의 비전, 전략, 전술, 심지어 조직 구조를 결정하기 전에 그 일을 수행할 사람을 먼저 결정하는 것이 핵심임을 이 책은 지적한다.

    우리 회사는 얼마 전 동양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비전을 새롭게 정립한 바 있다. 경영진으로서 새로운 비전에 대한 기대와 원칙이 많았지만 한발 물러나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자 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설문조사와 의견 수렴, 토론은 시간과 관심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이었지만, 덕분에 “탁월한 솔루션으로 금융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라는 멋진 비전이 탄생했다.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의 전환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 아니다. 책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적합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경영자로서 전적으로 공감하는 대목이며, 이는 나의 경영철학에도 배어 있다. 위대한 기업에서는 최고의 인재가 모여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고방식과 아이디어를 가진 ‘적합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목소리를 낼 때 최고의 성과가 나타난다. 우리 그룹, 우리 회사가 진행했던 비전 작업은 비록 작은 시작점에 불과했지만, 위대한 기업이 보여줄 수 있는 성과의 일례였다고 생각한다.

    책장 한켠, 눈에 띄는 곳에 ‘굿 투 그레이트’를 항상 두고 있다. 가끔 어려운 결정을 앞두거나 회사를 전체적으로 돌아보고자 할 때 이 책을 펼쳐본다. 그리고 끊임없이 반문한다.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를 넘어 위대한 회사로 가고 있는가.’
    ‘나는 그 리더로서 적합한 일을 하고 있는가.’
    이제 나는 우리 회사에 대해 묻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 작정이다.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이자 또 위대한 회사로 도약하는 회사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