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하며]/경영리즘들

“후배들아, 나를 밟고 일어서라.”

Jackim 2007. 12. 23. 20:35
    “후배들아, 나를 밟고 일어서라.”

    그는 후배들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겠다고 했다. 생업에 종사하며 일주일에 두 번씩 밤에 훈련하고 주말에 경기하는 사회인 클럽 팀에서 뛰지만 후배들에게 그는 ‘희망’이다. K리그에서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요즘 사는 맛이 더 난다”고 했다.

    프로축구 3부 리그 격인 K3리그의 서울 유나이티드를 이끌고 있는 골잡이 제용삼(35·사진) 얘기다. 그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축구를 그만둔 선수들이 다시 축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K3리그는 N리그(실업리그)의 하부 조직으로 ‘생활 축구’를 하는 멤버들이 뛰는 곳. 하지만 ‘연봉 선수’를 꿈꾸는 엘리트 출신 젊은 선수도 많다.

    ▲서울-U 제용삼.[사진제공=동아일보]

     
    “재능은 있는데 프로와 실업에서 외면 받은 어린 선수가 예상외로 많아요. 우리 팀이 사회인 클럽이지만 실력을 갈고 닦아 잘 뛰면 N리그로 스카우트될 수 있어요. 그 다음엔 K리그도 노크할 수 있죠.”

    제용삼은 1994년부터 실업 이랜드에서 뛰다 1998년 K리그 안양 LG(현 FC 서울)로 스카우트돼 ‘해결사’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까지 K리그 59경기에서 12골을 터뜨렸고 1998년 FA(축구협회)컵 결승에서는 울산 현대에 0-1로 뒤지다 2골을 잡아내 팀에 우승컵을 선사하기도 했다. 2002년 서울시청에서 은퇴하고 서울 동대문구에서 청소년 풋살교실을 운영하던 그는 올해 초 5년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제용삼은 노장이지만 올 시즌 18경기를 모두 뛰었고 13골 9도움으로 득점과 도움 랭킹 1위를 기록하며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실업리그와 K리그에서 뛰면서 닦았던 몸 관리 노하우와 경기 운영 능력도 전수하고 있다. 팀은 그의 활약에 힘입어 정규리그 1위(10승 7무 1패)로 4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제 포지션에서 절 밟고 올라서는 후배가 나오면 바로 그만둘 예정입니다. 후배들의 길잡이로 만족합니다.”

    한편 K3리그 4강 플레이오프는 10일 오후 3시 서울 유나이티드-천안 FC(천안 오룡경기장), 화성신우전자-용인시민축구단(화성비봉인조구장)의 대결로 열린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