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기업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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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2007-12-13 45판 26면 1135자 |
'기업을 일구려는' 불굴의 의지를 말하자면 윌리엄 듀랜트를 빼놓을 수 없다. 1908년 제너럴모터스(GM)를 세워 미국 자동차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던 그는 이후 무리한 사업확장과 경기부진으로 부침을 겪는다. GM에서 두차례나 쫓겨나고, 재기에도 실패해 개인파산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그는 그러나 80세가 되던 1940년 당시로서는 '벤처사업'인 볼링장과 햄버거 체인점을 연다. 나이 80에 새 사업을 시작한 것을 보면 그에게는 기업가로서의 특별한 유전자가 있었던 것 같다. 기업가정신(enterpreneurship)을 한마디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조지프 슘페터 같은 경제학자는 '시장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혁신자 정신'이라 말했고,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변화를 탐구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변화를 기회로 이용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요즘은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덕목이 강조된다. 하지만 어느 시대건 '도전' '모험' '혁신' '창조' 같은 단어를 빼고는 기업가 정신을 설명할 수 없다. 정주영.김우중 같은 우리나라 창업 1세대의 기업가 정신에는 '근면' '뚝심' 같은 요소가 추가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가 기업가 정신의 후퇴다. 기업은 국가(금융)의 보호막이 사라지고 세계화.정보화로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개인은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면서 각각 리스크(위험)가 커져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된 탓이다. 위험은 커졌는데 실패할 경우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다시피하니 몸을 사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무턱대고 도전정신만 강조해서 될 일이 아닌 구조적 문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언젠가 "2세 경영인 대부분이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따고 금융을 전공해 항상 위험관리를 하기 때문에 공격경영보다는 소극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꼬집은 적도 있다. 전경련 국민의식 조사에서 '이상적인 자녀의 직장형태'로 41.2%가 공무원.교사 등 공공분야, 34.3%가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을 꼽은 데 비해 창업은 12.0%, 대기업 7.9%, 중소기업 4.4%에 그쳤다고 한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려면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야 한다는 데 이론이 없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는 고용불안.노후불안이 줄지 않으면 기업가 정신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서배원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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