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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Jackim 2007. 11. 2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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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브랜드와 ‘맞짱’ 뜬 명품 중독자의 고백

    '지름신'으로 대변되는 명품 바람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명품 브랜드로 자신을 과시하고 남을 평가하는 터무니 없는 가치관이 글로벌 경제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등교 첫 날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 신발과 의류로 치장한 친구들에게서놀림을 받고 서서히 '명품 브랜드 중독자 반열'에 오른 한 영국인이 쓴 책이 나왔다.

    닐 부어맨이 저술한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는 저자(31)가 명품 브랜드 중독에 빠지는 과정과 여기서 탈출하기 위해 화형식을 치르고 브랜드 없이 생활하는 일상을 일기 형태로 꾸민 자기 고백서다.

     

    영국 중하류층 출신인 그는 초등학생 때 명품 브랜드에 주눅이 들어 금빛 사자 로고가 새겨진 프링글 점퍼 등 유명 브랜드 의류를 사달라고 어머니에게 떼를 쓴 소년이었다.

     

    심지어 14살때는 무도회장에 함께 간 어린 여동생의 싸구려 옷이 창피해 본척 만척하고, 버스 정류장에 붙은 유명 브랜드 광고 포스터까지 뜯어내 모을 정도로 그의 브랜드 집착은 악화됐다.

     

    그의 명품 브랜드 중독은 고교 졸업뒤 행사 프로모터, 패션 잡지 편집 등의 일을 하면서 고착화됐다.

     

    "어렸을 때는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10대에는 자아상을 확립하기 위해, 성인이되어서는 자아를 강화하고 동경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유명 브랜드에 빠졌다는게 그가 되돌아본 자신이었다.

     

    전환점은 30살때인 작년 3월이었다. 책을 읽다가 자신이 광고가 실어나르는 인물의 이미지에 대한 열등감과 환상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브랜드와의 인위적인 관계가 지속적인 만족을 주기는 커녕 허무하고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게 그의 고백이다.

     

    물론 삶에 깊숙이 뿌리내린 쇼핑 등 그의 소비행태가 바로 바뀐 것은 아니다.

    '캘빈 클라인' 속옷, '리바이스' 청바지, '헬무트랭' 재킷 등을 입고 '랄프로렌' 양말과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고, '루이비통' 지갑과 '블랙베리' 통신기기를 갖고 다니는 그의 생활은 한동안 지속됐다.

     

    그는 자신이 7년전 알코올 중독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변에 중독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렸듯이 유명 브랜드 중독 사실도 널리 알리고 중독에서 탈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심리상담도 받았다.

    D데이는 2006년 9월 17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유명 브랜드 의류를 불태우는 화형식을 런던 시내에서 치르고 LCD 텔레비전 등 브랜드 가전제품과 '이케아' 가구 등은 쇠망치로 부수기로 했다.

     

    그의 이런 계획은 화형식 180일전 개설한 블로그를 통해 널리 알려져 화형식 때는 방송국까지 취재를 나왔다.

    그러나 마케팅이 발달한 현대 세계에서 삶 자체를 둘러싼 브랜드에서 탈출하기는 쉽지 않았다. 의류는 군수품 상점 등에서 유명 브랜드를 대체할 상품을 찾았지만자주 이용해온 식당이나 극장도 '브랜드'가 달린 체인점이었기 때문이다. 담배도 끊어야 했다.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까지 모든 브랜드 상품을 안 쓰려고 보니 제일 아쉬운 품목은 화장지였다.

     

    그의 탈출기는 화형식 이후 150일째인 올해 2월까지 기록돼있다.

    브랜드에서 떠난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집에서 도시락을 싸서 출퇴근하고특별히 갈곳이 없어 미술관이나 도서관을 찾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현재 "바람직한 소비는 꼭 필요할 때만 하는 것"이라고 소박함을 추구하는삶을 주장하고 있지만 과거를 그리워하는 상태여서 탈출은 현재 진행형으로 보인다.

    그가 도전에 임하면서 쌓은 브랜드에 대한 지식도 책의 재미를 더한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시대 노예의 몸에 찍던 브랜드가 상품에 이용된 것은 질그릇에서 출발했으며 "루이비통 제품도 푸마와 사실상 동일한 설비와 기술로 만들어지고전통을 강조하는 버버리는 할인 유통업체를 보유한 대기업의 소유"라는 등의 정보다.

    최기철ㆍ윤성호 옮김. 미래의 창. 352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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