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하며]/경영리즘들
사자가 되라
Jackim
2012. 10. 14. 23:29
시작하면 끝날 때가 있다. 꼭 2년 전 이 연재를 시작할 때, 나는 마지막 글감의 제목을 미리 정해 두었다. 그 제목이 바로 ‘사자가 되라’였다. 나는 사자가 가지고 있는 장엄한 상징성을 좋아한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사하라 사막을 여행할 때였다. 천지가 모래였다. 그때 거대한 캐러번들이 수백 마리의 낙타 떼 위에 짐을 실고 가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일시에 내 여행의 모든 목적이 충족되는 듯 했다. 그러나 30분이 지나자 수 십 마리 혹은 수 백 마리씩 십 여 킬로나 길게 이어져 나타나는 낙타 떼와 캐러번은 더 이상 볼거리가 되지 못했다. 경이로움은 평범함으로 바뀌었다. 나는 시시해졌다. 그때 나는 사막의 아름다운 모래 굴곡 사이로 황금빛 사자 한 마리를 보았다. 사자는 조용히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한 마리로 족했다. 나는 지칠 줄 모르고 그 사자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아름다운 석양이 찾아오고 그 사자는 꼬리를 가볍게 칠렁이며 지는 해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우리는 언제 사자가 되는가? 평범한 사람의 평이함 속에 감추어진 위대함의 씨앗은 어느 때 발아하게 되는가? 언제 우리는 과거의 그 사람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가? 내가 사자 이야기를 할 때는 언제나 등에 가득 짐을 진 낙타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 늠름함을 전하고 싶을 때다. 나는 직장인이 낙타의 삶을 버리고 사자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전환의 모색을 돕고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 제목을 ‘사자가 되라’로 잡았다. 직장인, 우리는 어떻게 사자가 될 수 있을까? 그동안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을 몇 개의 덩어리로 나누어 ‘사자가 되는 법’이라고 불러보자.
사자가 되는 첫 번째 방법, 삶 전체를 통한 경력 기획을 시도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생애경력 경영’이라고 부르려고 한다. ‘25년 직장인’에서 ‘50년 직업인’으로 경력 모델을 전환해야 한다. 100년 인생의 겨우 4분의 1 정도만 경제활동을 하는 직장인의 모델로는 후반기 인생의 경제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쉰 살은 퇴직하기에는 너무도 젊은 나이고, 그 동안의 경력은 던져 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삶이 아닌가. 따라서 후반기 인생 25년이 완숙한 경제활동의 시기로 편입되어 삶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전반기 25년 직장인의 삶과 후반기 25년의 직업적 삶이 유기적이고 보완적인 관계로 연결 될 수 있는 경력 모형으로 통섭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어떤 직업적 경력 지도를 따라 삶을 펼쳐갈 것인지를 지금, 가능한 빨리, 기획해야 한다. 이 기획과정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나는 무엇으로 유명해 지고 싶은가? (분야)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적성) 나는 어떤 단계로 나를 계발해 갈 것인가? (로드맵) 시간과 자원을 어떻게 확보하여 각 단계를 성공적으로 통과할 것인가? (투자) 사자가 되는 두 번째 방법은 고기 맛을 보는 것이다. 사자는 풀을 먹지 않는다. 종이도 먹지 않는다. 다시 말해 종이 위에 그려진 드라이한 기획을 피와 살로 만들어진 고기로 전환 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는 이 단계를 ‘승리의 맛을 보아라’라는 경구로 표현하려 한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나의 경력모형을 따라 걸어오는 동안 나는 무수한 일들을 겪었다. 실수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다. 성공도 있었고 명예도 있었다. 바로 기획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무수한 경험들이 바로 고기 맛을 결정한다. 실수와 실패는 사자가 사냥에 실패한 것이다. 탈진하고 배가 고프다. 그러다가 드디어 한 마리의 산양을 포획하는 데 성공한다. 이것이 바로 승리의 맛이며, 성과의 기쁨이다. 삶은 이렇게 진행된다. 수많은 실수와 실패는 성공에 이르는 여러 가지 시도이며, 성공은 이러한 시도 없이는 얻어지지 않는 프로세스인 것이다. 여기서 직업적 삶의 이야기들이 생겨난다. 이게 리얼리티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는 인생, 전환과 새로운 탄생이 곳곳에 마블링처럼 박혀있는 싱싱한 고기, 이것이 인생의 맛인 것이다. 살아 본다는 것, 그것은 꿈을 현실로 바꾸어 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말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사자가 되는 세 번째 방법은 사람을 얻는 것이다. 모든 직장인들은 다 안다. 일이 어려운 것은 그런대로 견딜 수 있지만 정말 견디기 어려운 것은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다. 종종 운이 지독히 나쁘면 ‘쓰레기 상사’를 만날 때도 있다. 그러나 운이 좋으면 가뭄에 콩 나듯 좋은 상사를 만날 때도 있다. 이때는 역량과 보람이 꽃처럼 피어난다. 그 사람과 같이 있을 때 움츠러드는지 혹은 에너지가 스멀스멀 피어나 나도 모르게 열정으로 피어나는지에 따라 사람 사이의 궁합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가가 직장 생활의 기쁨의 양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것이 그저 운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사람들은 나에게 달리 반응하기 때문이다. 내가 걱정이 많은 사람이면 모든 사람이 걱정을 달고 내게로 오는 듯이 보이고, 내가 기쁨이 많은 사람이면 사람들은 기쁨을 가지고 내게 찾아오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사람 사이의 궁합이이라고 부른다. 일방적인 궁합은 없다. 관계는 어울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야 안젤루라는 미국의 시인은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현명한 조언을 해준다. “그 사람이 내게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행동을 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거나 잊혀진다. 그러나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 준 사람을 잊는 일은 없다” 라고 말한다. 좋은 관계를 가지고 싶다면 상대가 느끼게 해줘야 한다. 느끼게 하는 것, 즉 배려, 사랑, 꿈, 열정등 바로 우뇌적 감성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경쟁력이 아닌 공헌력을 키워라 사자가 되는 네 번째 방법은 나를 뛰어 넘어 나보다 더 큰 것이 되는 것이다. 모든 초점을 나에게 집중시키면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 오류를 범하기 마련이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전환한다는 것은 세계관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과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 나보다 더 큰 것을 추구함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다.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공헌력을 키워가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공헌력이란 ‘내가 줄 수 있는 힘과 선뜻 내주려는 사회적 선의’를 함양하는 것이다. 리더십이란 결국 다른 사람에게 주는 긍정적 영향력이다. 따라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넘어 줄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순간 우주적 관계는 놀랄 만큼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얻으면 주고, 주면 다시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주의 관계 방정식이다. 계산적인 사람은 얻기 위해 주지만, 자신을 넘어 더 큰 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주는 일 자체에서 기쁨을 얻는다. 그 자체가 이미 보상인 것이다. 이때 우리는 그 사람 속에서 진정성을 보게 되고, 잘 성장한 한 사람의 인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 일이 쉬운 일일까? 어렵다. 그러나 기쁘고 가치있는 일이다. 나는 진정한 직업인이란 바로 자신의 본업을 통해 사람들의 불편과 고통을 도와주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아마 직업의 진정한 목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이란 직업을 통해 육체의 밥도 해결하고 존재의 갈증도 풀어 주어야하는 부조리한 존재다. 그러나 그 단명한 패러독스와 딜레마를 즐기자. 그것이 인간의 운명이므로. 우리에게 이 대극적 갈등을 해결할 조화와 균형의 힘이 있다는 것을 믿자. 우리는 그것을 가지고 있다.
혁신리더 03월호에서 발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