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찬송이란 무엇인가?
[네티즌을 위한 알기 쉬운 기독교]
(32)찬송이란 무엇인가?
[국민일보] 2012-04-20 29면 09판 문화 기획,연재 2976자
■ 찬송가는 누가 언제 만들었습니까
■ 찬송가와 복음성가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해 주십시오. 예배시간에 복음성가를 불러도 됩니까
■ 요즈음 교회에서 온갖 악기와 율동이 등장하는데, 그렇게 하면 경건성이 사라지고 인위적인 감정을 조성하는 것은 아닌지요
■ 손뼉 치며 찬송 부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성가대가 찬양하고 난 후 교인들이 박수치는 것은 어떻습니까
찬송은 기독교의 예배와 신앙생활에서 뺄 수 없는 요소입니다. 군대에 가서 훈련받을 때 ‘진짜 사나이’와 같은 군가를 힘차게 불러야 용기와 힘이 생기고 정신무장도 되듯이, 찬송은 그리스도인의 영성생활과 예배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필수요소입니다. 바울사도는 “감사한 마음으로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로 여러분의 하나님께 마음을 다하여 찬양하십시오.”(골 3:16) 라고 권면했습니다. 찬송의 근본 목적은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 위함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주신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하나님 아버지를 영화롭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찬송을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가 감동, 위로, 용기, 희망을 얻게 됩니다. 따라서 찬송은 하나님께는 영광이 되고 부르는 사람에게는 은혜의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헨델 등 위대한 음악가 대부분 성가 작곡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찬송들은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위대한 음악가들을 비롯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음악적 재능과 신앙적 감동으로 만든 것들입니다. 잘 알다시피, 헨델, 하이든, 베토벤, 모차르트 등 중세의 위대한 음악가들은 모두가 성가를 작곡했습니다. 당시에는 교회에서 부르는 성가가 사실상 음악의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은 성경의 내용을 대본으로 한 것들이 많습니다. 창세기 1장의 천지창조 기사를 대본으로 하이든의 ‘천지창조’가 만들어졌고,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생애를 대본으로 헨델의 ‘메시야’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중세의 음악은 교회용으로 만들어진 성가들이 대부분이며, 그러한 성가들이 모체가 되어 현대 음악이 발전되었습니다.
서방교회의 예배전승에서 찬송의 기본 요소는 할렐루야(라틴어로는 ‘알렐루야’), 키리에(Kyrie Eleison,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영광송(Gloria), 삼성송(Sanctus), 하나님의 어린양(Agnus Dei) 등입니다. 이러한 기본 찬송들은 모두가 성경에 그 근거를 두고 있으며, 중세의 위대한 음악가들은 한결같이 이런 찬송들을 작곡했습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예전음악(liturgical music)과 더불어 종교개혁 이후에는 일반 대중이 쉽게 부를 수 있는 회중찬송들이 급격하게 발전했습니다. 특히 18세기 대부흥운동과 함께 미국교회에서 이러한 회중찬송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보급되었습니다.
미국 선교사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그 미국찬송들이 우리말로 번역되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최초의 찬송가가 1893년에 만들어진 ‘찬양가’였습니다. 그 후로 1945년 해방과 함께 각 교단들이 찬송가집을 만들어 사용했으며,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2006년에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통일된 찬송가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한국교회용 찬송가가 여러 차례 수정·보완되면서 미국찬송 일색에서 어느 정도 탈피하게 되었고, 한국 사람이 만든 우수한 찬송들도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찬송을 만드는 사람들은 음악적 재능과 영적 감수성과 신앙고백적 표현능력 등의 요소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러한 찬송들이 추천되면 찬송가공회에서 전문가들이 그 찬송의 성서적·신학적·신앙적 차원은 물론이고, 작사 작곡자의 신앙과 인품까지 엄격하게 심사해서 채택하게 됩니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제반 악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물론 순수한 목소리로만 찬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무악기파도 있지만, 구약 시절에는 제사드릴 때 각종 악기들을 총동원해 사용했습니다(시편 150편 참고). 쉽게 말하면, 성전용 악기와 세속적인 악기가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소리 낼 수 있는 모든 악기가 하나님을 찬양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장엄하고 신비스런 음색을 내는 파이프 오르간이 전통적인 예배용 악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피아노를 비롯해 드럼, 챔벌린, 신디사이저 등의 악기뿐만 아니라 북, 장고, 징, 꽹과리 같은 우리의 전통악기들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도구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찬송가 학자 보너(Clint Bonner)는 찬송(Hymn)과 복음찬송(Gospel Hymn)과 복음성가(Gospel song)로 구분했고, 복음성가는 예배시간에는 부를 수 없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찬양의 대상을 기준으로 구분했습니다. 즉 찬송은 하나님을 찬미하는 것이고, 복음성가는 노래 부르는 회중에게 기쁨, 위로, 희망, 용기, 믿음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구분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이러한 애매모호한 구분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찬송도 세월이 흐르면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시대상황에 따라 선호하는 음악의 장르 역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당시대인들이 불러서 은혜가 되는 곡이라면 하나님에게도 영광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내용이 기독교 신앙과 신학에 반하지 않는 것이라면 찬송이든 복음성가든 예배용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뼉 치며 찬송 부르는 것 긍정적으로 봐야
손뼉치며 찬송 부르는 것 또는 성가대 찬양에 박수로 응답하는 것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주신 지체를 찬양에 활용하는 것이며, 성경에도 “만백성아, 손뼉을 쳐라. 하나님께 기쁨의 함성을 외쳐라.”(시 47:1)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박수를 치는 것도 사람을 칭찬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성가대의 찬양에 박수로 응답하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것이라고 의미부여를 한다면, 하등 문제될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예배의 거룩성과 정숙성을 해쳐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배는 영과 진리로 최대한 예(禮)를 갖춰 하나님을 경배해야 합니다. 그러나 장례식처럼 엄숙한 예배만이 영과 진리로 드리는 산제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강영선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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