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성령이란 무엇인가?
[네티즌을 위한 알기 쉬운 기독교]
(28)성령이란 무엇인가?
[국민일보] 2012-03-23 29면 09판 문화 기획,연재 2922자
■ 교회에 가면 목사님이 성령 받아야 된다고 강조하시는데, 그 성령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 성령 받으면 만사가 형통해지는 것입니까?
성령은 창조의 영이며 보혜사이시다
성령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알아듣기 쉽게 표현하자면, 성령이란 신적 인격성을 지닌 영적 실체를 말합니다. 흔히 생각하듯이 성령은 하나님에게서 나오는 어떤 능력이나 기운이나 감화력이 아닙니다. 성령은 인격적인 존재이며, 능력과 개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창세기 첫 머리에 보면, “하나님의 영이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창 1:2)고 증언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성령은 태초부터 하나님의 창조과업에 동참하셨고, 예언자들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셨고, 예수님의 잉태과정에도 동참하셨고, 예수님의 생애를 통해 사역하셨고, 사도들을 통해 주님의 복음을 전하신 분입니다. 이처럼 성령은 하나님의 영이요, 예수 그리스도의 영이며, 창조의 영, 생명의 영, 진리의 영, 사랑의 영, 치유의 영, 선교의 영입니다.
그 성령을 가리켜 예수님은 보혜사(保惠師)라고 지칭하셨습니다(요 14:16, 15:26, 16:7).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고, “내 아버지께서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보내셔서,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게 하실 것이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요 14:16∼17)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우리말의 보혜사란 보호해주고 은혜를 베풀어 주는 스승이란 뜻이지만, 그리스어의 본래 뜻은 상담자, 위로자, 안내자 등의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치 법정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을 대신해 변호하듯이, 우리의 약함과 모자람과 부족함을 대신해서 안내해 주시고, 보살펴 주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이 첫 번째 보혜사였다면, 성령은 두 번째 보혜사인 셈이지요. 그래서 그리스도 교회는 지난 2000년 동안 “성령은 창조주 하나님의 영이며,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영이다”라고 고백해 왔으며, 기독교의 삼위일체론에서는 성령을 창조주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동등한 하나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성령은 하나님으로부터 보냄 받아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오신 분입니다.
성령은 선교의 영이다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직전에 “너희는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게 들은 바 아버지의 약속을 기다려라. 요한은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너희는 몇 날이 못 되어 성령으로 세례를 받을 것이다.”(행 1:5)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약속에 따라 제자들과 성도들은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며 기다린 결과, 주님의 약속대로 그들은 성령의 임재를 체험하게 됩니다(행 2장). 제자들이 성령으로 충만했다는 것은 하나님의 영으로, 그리스도의 진리로, 생명력으로, 사랑으로, 능력으로 가득 찼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방언을 말하고, 예언을 했으며, 귀신을 쫓아내고, 병자를 고치고, 담대하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물질적 소유욕으로부터 해방되어 물질을 공동으로 소유하였고(행 2:44∼45),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생활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성령의 사역 덕분에 이 땅에 교회공동체가 생겼고, 그리스도의 복음이 온 세상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도행전이 증언하는 성령은 곧 선교의 영입니다. 오늘날 성령 받으면 만사형통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이기적인 욕심으로 성령 받기를 원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이 받았던 성령의 은사들은 복음을 전하고 교회공동체를 섬기기 위한 은사였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성령은 악령의 반대개념이다
기독교를 폄훼하는 네티즌 중에는 “성령은 예수의 귀신을 말하며, 기독교인들이 성령받기를 갈망하는 것은 외래귀신에 빙의(憑依)되기를 갈망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왜곡시키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인간과 세상을 비참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비인격적이고 악하고 더러운 영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성령은 인간과 세상의 온전한 구원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입니다. 그런 면에서 성령은 악령(惡靈)의 반대개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령을 받은 사도들은 병 고치는 권세와 귀신을 축출하는 권세를 받았으며(막 3:15), 성령 받은 사도들 앞에서는 더러운 영들이 기를 못 펴고 도망했습니다(눅 10:17∼20). 이처럼 성령의 권세는 하나님의 반대편에 서있는 흑암의 세력들을 축출하고 하나님의 통치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역할을 합니다. 즉 하나님의 성령은 영계(靈界)를 제압할 수 있는 권세를 지닌 영입니다.
무당 중에서 우리나라의 강신무(降神巫)들은 흔히 조상신이나 장군신, 또는 동자신을 몸주신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몸주신의 권세(power)와 영험(靈驗)에 따라 무당들 사이에 서열이 정해집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그리스도인들은 만왕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영(성령)을 몸주신으로 모신 사람들입니다. 즉 그리스도의 영을 모시고, 그 능력에 힘입어, 그 분의 정신대로 사는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래서 바울사도는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다”(롬 8:9)고 말씀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항상 성령으로 충만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설령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할지라도, 그리스도의 영으로 충만하지 않으면, 온갖 욕심과 허영과 정욕이 성령의 지도를 거스르기 때문에 성령께서 우리의 삶 전체를 주관하지 못합니다.
한편, 영적인 세계는 너무도 신비해서, 이성적 지식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성령으로 위장한 악령들과 잡신들의 장난으로 인해 혼란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한 사도께서는 성령을 가장한 거짓 영들도 많이 있고, 그리스도를 적대시하는 영들도 많으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어느 영이든지 다 믿지 말고, 그 영들이 하나님께로부터 왔는가를 시험해 보십시오.”(요일 4:1)라고 권면했습니다.
강영선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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