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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성찬예식이란 무엇인가

Jackim 2012. 6. 10. 10:33

 

[네티즌을 위한 알기 쉬운 기독교]

(23)성찬예식이란 무엇인가

[국민일보] 2012-02-17 29면 09판 문화 기획,연재 2810자

■ 성찬예식이란 어떤 의미로 하는 것이며 언제부터 생겼습니까
■ 성찬예식에 세례 받은 사람만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성찬예식을 매주하는 교회와 가끔 하는 교회의 차이는 무엇이며,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요

성찬예식의 유래
성찬은 기독교의 성례전 중 하나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함께 나누는 예식(禮式)입니다. 성찬은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나누실 때, 떡과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며,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라. 너희가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눅 22:19)고 분부하신 데서 유래합니다.

당시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나누신 그 최후의 만찬은 유대교의 전통으로 내려오던 유월절(逾越節) 성만찬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조상들이 이집트의 압제로부터 해방되었던 그 유월절을 기념하여 누룩 없는 빵을 가지고 성만찬 예식을 해왔는데, 예수님께서 그 내용을 바꾸어 주신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신 다음 제자들과 초대교회 성도들은 모일 때마다 그리스도의 몸을 함께 나누는 성찬예배를 드렸습니다. 사도의 말씀을 듣고 빵을 함께 나눔으로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것이 초대교회 예배의 핵심이었던 것입니다. 빵과 포도주를 나누면서 “이것은 우리에게 주신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이것은 우리를 위해 흘리신 그리스도의 보혈입니다”라고 고백함으로 기독교의 예배는 예수 그리스도 중심적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유대교와의 차별성이 형성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식사를 대신할 만큼 많은 양의 빵을 나누어 먹었고, 세례 유무를 떠나 누구나 참석할 수 있었는데, 2세기부터 세례교인만 참여시키는 전통이 생겼고, 빵의 크기도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고린도전서 11장의 증언에 의하면, 저녁식사를 대신해서 배를 채우는 성만찬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가난하던 시절인지라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성찬예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포도주를 과하게 마셔서 취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바울사도는 “누구든지 주의 떡이나 잔을 합당하지 않게 먹고 마시는 자는 주의 몸과 피에 대하여 죄를 짓는 것이니라”(고전 11:27)라고 엄하게 경고하셨습니다. 이러한 영향들로 인해 성찬예식에 세례교인만을 참석시키는 전통이 생겼고, 빵과 포도주도 식사대용이 아닌 상징적 사이즈로 작아지게 된 것입니다.

처음 한 동안은 말씀예배와 성찬예배가 구별되지 않았지만, 예배에 참여한 사람들 중 세례교인들만 구별해서 성찬에 참여시키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자, 1부 예배는 말씀 중심으로 모두 함께 드리고, 2부 예배에서 세례교인들만 남아 별도의 성찬예배를 드리는 이중적 예배형태가 생겼습니다. 이 2부 예배를 세례교인들만 남아 비공개적으로 예배드린다 해서 비밀예배 또는 비교의식(秘敎儀式)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서방교회는 6세기부터 이 2부 예배를 폐지하였으나 동방교회는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습니다.

개신교의 성찬예식
오늘날 1년에 몇 차례만 성찬예식을 갖고 일반 주일예배에서는 성찬이 없는 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이 많은데(특히 개신교), 그 전통은 종교개혁 이전의 중세교회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주일 오후 찬양예배나 수요기도회처럼 중세기에 이미 성찬이 생략된 약식미사가 있었고,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기도·사도서신·복음서·교리·설교·훈계·주의 기도 정도로 구성되는 프론(prone)이라는 간략한 미사가 발전되기도 하였습니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회 중에서 두 부류가 생겼는데, 가톨릭적 예전을 어느 정도 수용한 예전적(禮典的) 교회와 철저한 개혁을 요구하며 가톨릭적 예전을 거부한 비예전적 교회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성공회와 루터교 등은 개신교 중에서 예전적 교회에 속하며, 따라서 매주일 성찬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로교를 비롯한 대다수의 개신교회들은 말씀중심의 예배를 드리며 월1회 또는 연3, 4회 주요 절기에만 성찬예식을 거행합니다. 예배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요약하고 그리스도의 승리를 축하하며, 그의 삶과 생명에 동참하는 것인 만큼 성찬까지 포함되어야 예배학적으로는 온전한 예배가 됩니다.

성찬은 주의 만찬(Lord’s Supper), 성체성사(Eucharist), 최후의 만찬(Last Supper), 거룩한 교제(Holy Communion), 희생봉헌(Offering of Sacrifice), 성찬식, 성찬예식 등 그 용어도 다양하고 성찬에 대한 학설 역시 화체설, 기념설, 성체공존설, 영적임재설 등 다양합니다. 가톨릭과 정교회는 화체설에, 개신교는 주로 기념설에 치우쳐 왔습니다. 그러나 근래에는 세계적으로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추세입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성찬 기원문에서 ‘이 빵과 포도주를 받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살게 하옵소서’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화체설과 기념설을 조화시키고 있습니다.

성찬은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라”는 주님의 명령에 대한 순종에서 시작하여 주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회상(Anamnesis)하고, 그리스도의 구속사에 동참하는 성도의 감사와 헌신의 고백으로 구성됩니다. 오늘날도 성찬을 통하여 그리스도는 신앙과 정의를 위해 고난당하는 자에게 해방과 자유를 선포하고, 절망에 빠진 자에게 희망의 미래를 보증합니다.

성찬을 통해 그리스도는 인종차별, 성차별, 계급차별이 있는 곳에 화해와 평등을 선포하고 전쟁과 위협이 있는 곳에 십자가의 자기희생을 통한 평화를 선포합니다. 성찬을 통해 그리스도는 풍요로운 사람들에게 가진 것을 가난한 자와 함께 나누도록 권면하며, 죽음의 문턱에 서있는 형제자매를 영원한 하나님 나라로 인도합니다.

강영선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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