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직자의 결혼문제와 여성 성직
[네티즌을 위한 알기 쉬운 기독교] (5)성직자의 결혼문제와 여성 성직
[국민일보] 2011-10-07 33면 07판 문화 기획,연재 2941자
■ 가톨릭에서는 신부와 수녀가 결혼을 하지 않는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 가톨릭 신부는 결혼 안 하는데 성공회 신부는 왜 결혼하지요?
■ 여성이 목사는 될 수 있는데 신부가 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성직자의 결혼문제
성직자의 독신주의는 중세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습니다. 성직자의 독신주의를 장려하게 된 사상적 배경으로는 당시의 여성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점입니다. 당시에는 “여성을 통해 죄가 들어왔다”는 식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주장이 난무했고, 여성을 육체적 존재로만 보면서 “여성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학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바울 사도가 결혼하지 않은 점, 특히 바울 사도가 그의 서신에서 “결혼하지 않은 남자들과 과부들에게 말합니다. 나처럼 그냥 지내는 것이 그들에게 좋습니다”(고전 7:8)라는 견해를 밝힌 점 등이 독신주의를 조장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성직자의 독신주의는 육체적 욕망에 초연할 수 있다는 면에서 기독교의 오랜 전통인 금욕주의의 상징처럼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가족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그 몸을 온전히 주님께 바치는 전적인 헌신의 표상이 되기도 했으며, 성직자들이 속인(俗人)에 대한 상대적 우월성을 과시하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성직자의 독신주의를 강화해 나가던 중 12세기 라테란 공의회에서 사제의 결혼을 교회법으로 금하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구약시대의 제사장들 모두가 결혼을 했고, 처자식을 거느렸습니다. 그리고 유대교의 경우 성직자인 랍비에게 결혼과 가정생활은 의무조항입니다. 유대교인에게 랍비는 종교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민족의 스승으로서 결혼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백성의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랍비는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탈무드에 적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은 한결같이 성직자의 독신주의 철폐를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개신교의 목사들은 결혼문제에서 자유롭게 되었습니다. 정교회의 신부와 성공회 신부 역시 개신교 목사와 마찬가지로 결혼할 수 있습니다. 본래 성공회는 개신교이므로 신부라기보다는 목사라고 불러야 마땅하지만 그들의 예배의식, 성례전, 교회제도 등에서 가톨릭과 닮은 점이 많기 때문에 신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공회 신부들은 결혼문제에서 자유롭습니다.
정교회(正敎會) 신부는 결혼문제에서 중립적 입장에 서 있습니다. 정교회에서는 독신자와 기혼자 모두 신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부가 된 다음에는 결혼을 할 수 없습니다. 즉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이 신부가 되는 것은 허용되지만, 일단 신부가 된 다음에는 결혼할 수가 없고, 기혼자가 상처(喪妻)를 한 경우에도 재혼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만약 정교회 사제가 결혼을 한다면 자기 교단의 여신도와 해야 하는데, 사제는 영적으로 신도들의 아버지(father)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자녀와 결혼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오늘날 기독교 성직자의 결혼문제는 교단에 따라 다릅니다. 즉 교단의 전통과 규정에 따라 결혼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성직자의 결혼을 금하는 교단은 가톨릭뿐이고, 가톨릭 외에 다른 교단에서는 한결같이 성직자의 결혼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허용하는 교단은 독신주의가 태초부터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셔서 가정을 이루게 하신 하나님의 뜻에 반할 뿐만 아니라 남녀의 결혼을 축복하신 예수님의 가르침과도 상반되고, 부부와 가정의 신성성을 가르치는 성서 전체의 가르침에 맞지 않다고 믿고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7장에 나오는 결혼에 관한 바울 사도의 말씀은 임박한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던 초대교회의 상황에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여성의 성직문제
여성의 성직임명 문제 역시 교단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가톨릭과 정교회는 아직까지도 여성의 사제서품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개신교에서도 일부 보수 교단에서는 여성목사 제도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적인 추세는 여성 성직 임명에 개방적이지만, 가톨릭과 정교회 그리고 한국의 개신교 중에서 일부 교단만이 여성 사제를 임명하지 않는 것입니다. 성공회가 여성 사제를 서품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이미 영국 미국 등지에서는 수천명의 여성 사제가 배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열여섯 분의 여성 사제가 배출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한국의 개신교 중에서도 여성목사 제도를 승인하는 교단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로 봐서 성직임명에서 성차별이 사라질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중세까지만 해도 여성의 인권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여성을 남성의 ‘씨받이’ 또는 ‘재산목록’으로 취급하던 고대 근동의 가부장적 문화의 영향을 받은 구약성서의 히브리 문화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여성을 비하하는 문화가 보편화되었습니다. 한때는 여성을 통해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여성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학자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여자들은 교회에서 잠자코 있어야 합니다. 여자들에게는 말하는 것이 허락되어 있지 않습니다”(고전 14:34)라는 바울 사도의 말씀을 문자주의적으로 잘못 해석하여 교회에서 여성 성직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에게 주요 직분도 맡기지 않는 성서적 근거로 삼은 적이 있었습니다. 고린도라는 도시에 있었던 초대교회의 특수상황에서 말씀하신 바울 사도의 말씀을 여과 없이 직수입하여 여성 비하 또는 성차별의 근거로 삼았던 것입니다.
성서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살아있는 말씀이 되기 위해서는 재해석이라는 여과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재해석 없이 2000∼3000년의 시공(時空)을 뛰어넘어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때 여러 부작용이 생기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추세로 보아 성직서품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문화와 전통은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것이고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강영선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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