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을 위한 알기 쉬운 기독교
[국민일보] 2011-09-08 29면 07판 문화 뉴스 2787자
■ 어떤 신문에서는 ‘기독교와 천주교’라고 하고, 또 어떤 신문에서는 ‘천주교와 개신교’라고 하는데, 어떤 명칭이 올바른 것입니까?
■ 그리스도교와 기독교는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 천주교는 기독교가 아니고 그리스도교입니까?
■ 기독교와 개신교는 어떻게 다릅니까?
인터넷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문들이고 기독교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기독교인 중에서도 때로는 혼동되게 사용하는 개념들입니다. 이 지면을 통해 개념 정립에 도움이 되시기 바랍니다.
기독교와 그리스도교
‘기독교’라는 명칭은 중국어 한자성경에서 유래되었습니다. 7세기에 경교(景敎)라는 이름으로 당나라에 전해진 기독교는 하나님을 상제(上帝), 천(天), 신(神) 등으로, 그리스도를 기독(基督)으로, 예수를 야소(耶蘇)로 표기하였습니다. 기독교라는 이름은 이러한 한자문화의 영향으로 만들어졌으며, 한국 기독교 초창기에는 기독교를 야소교(耶蘇敎)라고도 불렀습니다.
‘그리스도’라는 말은 그리스어 ‘크리스투스’의 우리말 음역이며, 영어로는 ‘크라이스트(Christ)’가 됩니다. 그리스도는 히브리어 ‘메시아’와 같은 뜻입니다. 즉 히브리어 메시아를 그리스어로 번역해서 크리스투스가 되었고, 그 뜻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구세주(救世主)가 됩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과 초대교회 신도들은 나사렛 예수를 인류가 기다리던 메시아로 믿고 ‘그리스도’라고 불렀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부르는 ‘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호칭에는 나사렛 예수를 우리의 주님임과 동시에 구세주로 믿는다는 신앙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나사렛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종교가 그리스도교이며 그 말이 한자의 영향으로 기독교(基督敎)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와 기독교는 같은 이름입니다.
기독교와 천주교
그런데 우리나라의 가톨릭 교회가 천주교(天主敎)라는 이름을 갖게 되면서 천주교와 기독교가 다른 것처럼 오해를 받게 되었습니다. 천주교라는 이름은 중국에서 하나님을 천주(天主)로 부른 데서 유래했습니다. 중국에서는 하나님을 천(天), 신(神), 상제(上帝) 등으로 부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교황 클레멘트 11세의 칙령에 의해 1704년부터 천주(天主)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천주는 유가(儒家)의 ‘상제(上帝)’ 또는 전통적 신개념인 ‘하느님’과 같은 개념으로 ‘온갖 사물 가운데 오직 천(天)이 크고, 온갖 명칭 가운데 오직 주(主)가 존귀하니 지대지존(至大至尊)의 뜻을 취하여 천주라 하였다’고 프랑스 출신 로베르 신부(1853∼1922)의 글에 기록된 바 있습니다.(대한성서공회 자료 참고)
이러한 중국 한자문화의 영향으로 한국 땅에 들어온 가톨릭교회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천주교’가 된 것입니다. 따라서 ‘천주’라는 이름은 신의 이름인 동시에 교단의 이름이 되었는데,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은 가톨릭교회(Catholic Church)입니다. 가톨릭교회 역시 그리스도교(基督敎)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천주교와 기독교라는 명칭을 구별해 쓰이면서 개신교는 기독교요, 가톨릭은 천주교인 것처럼 사용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천주교와 개신교
개신교(改新敎)는 16세기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가톨릭으로부터 분리된 프로테스탄트(protestant) 교회를 말합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天主敎)를 구교(舊敎)로, 개신교회를 신교(新敎)로 부르기도 합니다. 따라서 가톨릭과 대비되는 이름으로 부를 때는 ‘개신교’로 부르는 게 맞습니다. 왜냐하면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 기독교 안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크게 보면 가톨릭(Catholic Church)과 정교회(Orthodox Church)와 개신교(Protestant Church) 모두 그리스도교(基督敎·Christianity)입니다. 그리스도교 안에 3대 산맥이 있는 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주교와 개신교가 한국 땅에 전래된 이후 오늘까지 가톨릭은 천주교, 개신교는 기독교로 관습적으로 불러왔고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개신교와 천주교가 만나는 자리가 많아지면서 이러한 명칭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천주교의 입장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 정교회를 모두 통칭하는 ‘기독교’라는 용어를 개신교가 독점하고 있는 점을 문제시하면서 “기독교는 통칭을 나타내는 용어이기 때문에 한국의 개신교는 기독교보다는 개신교라고 쓰는 것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개신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견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천주교’와 ‘기독교’로 사용해왔을 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개신교’라는 낯선 이름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심지어 “프로테스탄트라는 말 자체가 가톨릭 쪽에서 개신교에게 붙여준 것으로, ‘저항하는 자’ 또는 ‘이탈자’라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개신교’라는 말 자체도 그러한 인식과 관련 있는 용어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면서 개신교라는 명칭을 쓰기를 꺼리는 지도자들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미 오랫동안 사용해 왔고, 세계적으로도 ‘프로테스탄트’라는 말보다 크리스차니티(Christianity, 그리스도교·기독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의 개신교를 ‘기독교’라고 부르는 것이 문제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분명한 것은 한국의 천주교와 개신교, 두 교회가 그동안 지녀 왔던 전통과 관습과 언어문화를 고려하면서 상호 협력과 일치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사안별로 적절한 명칭을 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즉 천주교와 대비되는 용어를 써야 할 경우에는 개신교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기독교라는 보편적인 용어를 쓰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영선 교수 (한신대학교 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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