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하며]/생각하는글
[영화]적벽대전2
Jackim
2009. 2. 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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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의 승패를 결정한 전술은 화공(火攻)이었지만 화공의 관건은 바람에 있었다. 결국 동남풍을 이용한 주유와 제갈공명이 승리했고 역풍을 맞은 조조군은 참패한다. |
주유와 공명은 나란히 적벽대전의 영웅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주유와 공명의 차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동남풍도 그렇다. 주유는 동남풍을 이용할 줄 아는 뛰어난 전술가임에 틀림없지만 동남풍의 불어오는 타이밍을 잡을 수 있는 재주는 없었다. 타이밍을 잡은 것은 공명이었다. 그러니까 주유가 재주가 뛰어나고 용맹도 뛰어났지만 천문(天文)을 보고 천시(天時)를 읽는 데는 공명을 따를 수 없었다. 바로 그 점이 주유와 공명의 차이이고 주유가 끝내 공명을 이길 수 없었던 이유다. |
주유는 공명심이 강했고 승부근성이 강했으며 라이벌 의식도 집요한 바 있었다. 자기보다 우월한 자를 그냥 보고 지나칠 인물이 아니었고 그래서 공명을 죽이려고 한다. 죽음에 임박해서도 ‘왜 하늘은 주유를 낳았고 또 제갈량을 낳았는가?’ 라고 통탄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
주유도 분명 일세의 영웅으로서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그가 공명을 이길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주유는 자신의 머리와 용맹을 믿었고 그것으로 세상을 평정할 야망을 불태웠다. 말하자면 패권주의적 야망의 실현,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공명은 천하의 민심이 순리로 돌아가는 것, 덕치(德治)를 궁극적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만한 차이가 분명히 있다. 공명이 천시에 밝고 천기에 밝다는 것은 다른 비결이 없다. 그만큼 천하의 순리를 믿고 순리에 따랐기 때문이다. 그 차이가 주유와 공명의 차이다. 주유가 넘을 수 없는 차이다. |
우리는 제갈공명의 신통한 재주, 기발한 전략을 선망하고 그것에 갈채를 보낸다. 그러나 그 뒤에 숨어 있는 것, 그러한 재주가 어디서 나올 수 있었던가에 대해서는 보지 않으려 한다. |
곧잘 유비가 공명을 찾아간 삼고초려 를 자주 이야기한다. 그러나 유비가 세 번 찾아갔을 때, 공명도 세 번을 생각하고 있었다. 과연 유비라는 인간을 믿고 따라서 전쟁판에 몸을 던질 것인가를 거듭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당대의 세 인물 중에서는 유비가 비교적 덕을 펼칠 수 있는 근사한 인물이라 믿고 마침내 그를 따라 나선다. 그가 패권에 야망을 품었다면 은거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세 번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유비라는 인물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
정말 큰 재주라는 것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기 머리로 세상을 쥐고 흔들고자 하는 데서는 그런 재주가 나올 수 없다. 천하의 질서와 순리를 향해서 머리를 쓸 때 큰 재주가 나온다. 세상을 제 욕심대로 쥐고 흔들려고 하면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고 세상의 순리에 따라 머리를 쓰는 데서 그 재주가 천하에 떨친다. |
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천시(天時)는 귀로 듣는다”고 말이다. 세상의 소리, 천하의 소리를 들을 줄 안다는 것,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느냐는 것은 귀에 달렸다는 것이다. 우리는 재주가 머리에서 나오는 것으로 말하지만 이제마는 머리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귀가 밝고서야 머리도 큰 머리를 쓸 수 있다. 귀가 어두운 바에야 머리를 써도 잔머리밖에 나올 것이 없다. 천시에 밝은 머리와 어두운 머리, 그 승패야 자명하지 않겠는가? 동남풍이 어디 적벽에서만 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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