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어패럴뉴스

젊은 봉제강국, 짜오 베트남-4

Jackim 2009. 1. 26. 18:57

젊은 봉제강국, 짜오 베트남
베트남 호치민편(4)
 
 
해외르뽀 시리즈의 하나로 최근 베트남 호치민을 최근 방문하고 돌아왔다. 베트남 투자가 시작된 이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변화상도 파악해보고 최근 동향도 짚어보면서 역동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현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에 진출한 한국 봉제인들의 저돌적인 힘도 역시 이번 취재를 통해 충분히 느끼고 돌아왔는데 이번호에는 지난호에 이어 이번호에는 한솔비나와 글로벌다잉 편으로 이어진다. <편집자주>

<지난호에 이어>

HANSOLL VINA CO., LTD (한솔비나)


한솔비나는 협력업체와의 거래관계가 좋은 편이다.
본공장과 협력공장을 합치면 전체적으로 약 200개 라인 이상을 가동하고 있는데 이중 약 120여 라인이 협력업체들이다. 약 10개 봉제협력업체가 있는데 대부분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편이다.
협력공장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근간은 한솔의 경영철학에서부터 비롯된다.
본사의 확고한 지침은 늘 ‘본공장보다 협력공장을 먼저 돌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손님부터 먼저 대접하라는 것이다. 함부장은 처음 이곳에 부임해 와서 이런 경영철학에 대해 다소 의아해했다고 한다.

업무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우선 협력공장부터 챙기라는 분위기를 접하고서는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처음 왔을 때 본공장은 굶더라도 협력공장은 밥을 주어야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왜 이렇게 퍼줄까하는 의구심이 당연히 생겼지요. 오더만 주는 것이 아니고 기계 부품까지 협력공장에 챙겨주는 곳은 아마 저희 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더 주고 기기 부품까지 주고도 마지막에 본사로부터 질책을 받는 일이 간혹 있는데 그 이유가 협력업체에게 결제를 늦게 해주었다는 것 때문입니다. 저희는 결제가 늦어 질책 받는 일 있어도 협력업체에 클레임 제기 안했다고 문책 받는 일은 없습니다.”
현재 한솔의 협력업체는 인근으로 포진해 있으며 대부분 한국계 봉제업체들이다. 오랫 동안 한솥밥을 먹어오고 있어 가족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 업계에서는 한솔 협력업체가 돈 벌지 못하면 바보라고 할 만큼 본사의 각별한 배려를 받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이 3개월 어음 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한솔은 어음제도가 없다. 서류 준비해 결제 넣으면 문제가 없을 경우에는 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
한솔의 직원 복지와 노무관리는 철저히 국제기준에 의해 관리된다. 복지 수준은 사실 어떤 공장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완벽한 편이다.
현재 한솔비나 6개 공장동 대부분 에어컨 시설이 갖춰져 있다. 베트남 봉제공장 중에서 현장에 에어컨 시설을 갖춘 곳은 한솔비나가 유일할 것이라고 밝힌다.
“생산직 근로자가 에어컨 아래서 작업하는 곳이 베트남에서는 드문 편입니다. 저희 공장은 현장 근무환경을 최상급으로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을 비롯해 정수된 음료 등 다양한 직원 복지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사실 현장 생산직원들이 에어컨과 같은 혜택을 볼 기회는 직장을 떠나 일반 생활에서도 받기 힘든 것입니다.”

한솔비나는 이제 대부분의 부지에 공장이 들어서 거대시설로 변했다. 과거 넓은 공지를 뒤로하고 1, 2공장동만 있던 시절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러나 한솔은 이곳 송탄 공장에만 투자한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 약 1시간 가량 떨어진 롱탄공장에 편직 염색 가공 시설 공장에도 상당한 투자를 진행했다. 이곳 베트남에서 편직, 염색, 봉제로 이어지는 버티컬 체계 투자를 진행한 선두적이고 실험적인 업체가 한솔이다.
염색 가공시설은 베트남에서도 가장 최신 자동화 설비로 그 규모와 투자액도 최대 규모다. 염색 가공시설이 바로 GLOBAL DYEING CO., LTD.(글로벌다잉)이다.

글로벌다잉은 가동을 시작한 지 이제 3년 가량이 되었으며 앞으로 흑자 운영을 넘어 동사의 수출에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 현재로는 글로벌다잉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솔비나 전체 소요량에 일부로서 미미한 수준입니다. 아직 제품 수준이 최상의 상태로 올라오지 않아 기본 품목 정도만 투입하고 있는 편입니다.
편직 염가공 시설을 투자한 것은 베트남 현지에서 원자재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라 품질이 안정되지 않은 단점도 있고 바로 인근의 거대 경쟁국인 중국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 불리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꾸준히 개발한다면 향후에는 효자 노릇을 해나가리라 예상합니다.”

베트남 자체적으로 기술력이 없다는 한계가 원자재 생산 가공 분야에 투자하는 업체들이 안고 있는 딜레마라 할 수 있다.
베트남이 성장률이 높은 국가이기는 하지만 자체 기술이 아닌 해외에서 단순 부품을 가져다 조립하는 녹다운 방식의 산업이 발전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초과학이 부족하다는 뜻인데 가공무역 위주로의 산업 발전은 그 한계가 뚜렷이 보인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다잉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금씩 성장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올해 한솔비나 자체적으로는 1억 9천만 불의 목표를 세워놓고 수출을 진행 중인데 문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기 악화가 복병으로 앞을 가로 막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어들도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전통적인 자기 방어 수법인 클레임 걸기 등을 시도하고 있어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고 말한다.
“봉제수출업체들은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있다시피 하는데 지금 이 난리를 겪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클레임 제기가 거의 없던 바이어들도 워낙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다보니 슬슬 카드를 꺼낼 눈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 뿐만 아니라 국내 관계업체들이 모두 이 영향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요. 일부 업체들은 자금 경색으로 관계기관에 손 벌리는 일도 생기고 있어 지금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의 상황입니다.”

한솔은 그나마 수출 외길로 걸었던 것이 다행인 상황이라고 말한다. 내수의 경우 매출실적 달성보다도 막대한 재고 문제로 골병을 앓는 일이 많다.
그런 면에서 수출 기업들은 오더 받아 진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재고 부담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다.
섬유는 저스트인타임을 실현하기 어려운 업종이고 재고부담을 얼마나 슬기롭게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인 산업이다. 재고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손실을 감당할 수 있으면 내수 진출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전통적인 수출기업으로서 베트남의 한솔비나가 동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전체 매출액의 약 25% 베트남에서 차지하고 있으며 한솔이 단일 공장으로 이렇게 큰 규모로 공장을 세운 것도 처음이다.
대부분 30개 라인 규모의 공장을 가동하는 수준이었는데 한 공장이 80개 라인 이상을 가동했으니 괄목할 만한 변화라 할 수 있다.
공장 전체 업무 지원을 총괄하는 함기원 부장은 이곳에 온지 약 3년이 넘었다. 경영지원, 회계, 인사, 총무, 무역, 노무 관리 등을 총괄 지원하는 것이 함부장의 실질 업무다. 한마디로 줄이면 전천후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현재 한솔비나는 82개 라인에 약 3,500대의 기계가 가동되고 있다. 전체 가동 대수가 많다보니 공무팀도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것이 이곳의 일상이다.
원유남 실장은 대부분의 공무기사가 현지인이다보니 그들과 겪는 의사전달의 문제와 문화의 차이가 업무진행에 애로사항을 야기할 때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현지인 기사들은 문화적으로 우리와는 큰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 반복되는 업무를 진행하지만 어느 순간 삼천포로 빠져 전혀 엉뚱안 일을 할 때가 많아요. 현장에서 기계적인 문제로 라인이 멈추거나 생산 흐름이 끊기면 안되기 때문에 관리자들은 현지인 기사보다 보통 공무팀장인 저를 찾는 경우가 많아 업무가 시작되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없이 바쁘기 마련입니다.”

그는 많은 공무기사를 관리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 익숙해져 온 탓에 일부 현지 문화도 이해하게 되었고 차이점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포기할 것과 단속할 것을 구분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백날 교육시켜도 되는 것이 있고 되지 않는 것이 있더라는 것이 원실장의 결론이다.
“베트남에 와서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다가 나중에 포기하게 되는 현지인들의 습성이 있습니다. 우리식으로 보면 절대 이해되지 않는 것이지만 이곳에서 몇 년 생활하면 ‘아 그렇구나’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되지요.”

함부장 역시 자신이 이곳에 와서 약 1년이 지나고 나서야 현지인들에게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우리식으로 ‘빨리 빨리’만 외치다간 제풀에 지쳐 현지에 적응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현지인과의 문화적인 차이는 오프쇼어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겠지만 문제는 현재와 같이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면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봉제산업을 오래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우려한다.
최근 베트남 상공회의소에 방문했다가 현지 관료들의 설명을 들었는데 하반기에 전체적으로 25%의 최저 임금 인상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미 지난해말 대비 50% 임금 인상이 된 상태에서 다시 인상을 계획한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베트남이 중국 다음으로 경제성장률이 높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임금 인상률이 이런 지경이라면 봉제업체들로서는 내심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성장률이 높기는 하지만 베트남 경제는 중국에 비해서 교역량이나 전체 생산 규모면에서는 미약한 편인데 급속한 임금인상이 자칫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솔비나는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베트남 법인에서 바이어로부터 결제 받아 임금이나 제반비용을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한국 직원들은 현지 법인으로부터 달러 월급 받기 때문에 최근 달러 대비 원화 상승으로 한국으로 송금하면 환차익이 생겨 다소 기분들이 좋다고. 그러나 한편에서는 환문제로 업계가 떠들썩한 것도 사실이다. 과거 IMF구제금융 당시 막대한 환차익을 얻었던 수출업체들이 환율문제를 본격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해 그 이후부터 관리라는 것을 했는데 이것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외환관리 기법을 도입하기 시작해고 금융기법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 것이 시발이 되었다. 환리스크 관리에 무지했던 당시 상황에 비추어 미리 장치를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인식하에 선물환 등을 도입하였는데 지금 이것이 사단이 나고 있다.
원화대비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을 대비해 자구책을 마련했는데 오히려 상승하고 있으니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의 봉제수출업체들이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상황이고 과거 막대한 환차익을 보던 시절이 그저 그립기만 할 뿐이다. 한참 세계 외환위기 이야기를 하다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 외환관리에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저 개탄할 따름이다.

함부장은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중 하나가 철저한 확인만이 실수를 줄이고 정상 가동을 보장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에서야 30% 지시하고 70% 확인 감독하면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지만 이곳에서는 10% 지시하고 90%는 확인해야 그나마 정상 가동이 된다는 점입니다. 현지 직원들을 믿고 지시만 하다가는 엄청난 데미지를 입는 일을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확인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최근 짓고 있는 숙소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지만 상식선에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공사 기법이 동원되는 경우가 많아 종종 그 자신이 현장을 감독하기도 한다.

“조금만 방심하고 현장을 소홀히 하면 사고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벽면에 타일을 시공해야 하는데 일반 콘크리트로 마감한다든지 지붕을 기와로 해야 하는데 함석으로 덮어 버리는 경우가 이런 예입니다. 함석 지붕으로 하면 장대같은 비가 내리는 경우 소음 때문에 견딜 수가 없고 단열이 전혀 되지 않아 찜질방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그런데도 이곳 현장 감독이나 기술자들은 아무 문제없다며 자신들의 잣대를 대고 넘어가려고 하지요.”
건축 공사에는 설계 도면이라는 것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대부분 간과되는 것이 보통이다. 실제 공사에 들어가면 설계도면은 덮고 경험과 부정확한 눈대중으로 건물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안전 의식도 미약하기 때문에 오죽했으면 건축 지식이 없는 한국인들이 현장을 감독해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연출된다고 한다.
결국 철저한 관리 감독 없이는 6천 명의 거대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베트남의 일상은 대부분 아침 7시에 시작해 4시에 일과가 끝이 난다. 생산직의 경우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편이지만 사무직은 한국식으로 생산시간이 끝나도 업무는 대부분 연장된다.
공장이 가동되는 시간에는 현재진행형으로 업무가 이어져 서류를 정리하거나 보고서를 꾸밀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서의 요구가 모두 끝나는 시간에 서류 정리를 하기 때문에 사무직은 퇴근시간이 늦을 때가 많다.
베트남 공장들은 대부분 기숙사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야근 등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에 교통이 문제가 된다. 송탄 공단이 호치민 시내와 인접해 있다고 해도 거리상 멀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는 택시를 타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끔 교통비가 너무 많이 나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밝힌다.

“야근하는 직원들에게 택시비를 지급하는데 간혹 과다하게 많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야근 일수가 많거나 할 때는 급격히 비용이 상승해서 새롭게 도입한 것이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곳까지만 지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곳 버스들은 대부분 저녁 8시 30분이면 막차가 끊기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더군요. 결국 현재 택시비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안전문제로 공무적으로는 오토바이를 탈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지요.”
현지인들은 에어컨 나오는 택시 타는데 한국 관리자들은 걸어다닌다며 함부장은 웃는다.

현재 한솔비나는 규정된 근무시간은 철저히 준수하는 편이다. 주당 60시간을 철저히 지키지만 평균 임금은 기본급이 초보자인 경우에는 130만 동(2008년 9월 기준) 정도가 된다.
달러로 약 80불 수준인데 잔업수당 등을 합치면 보통 100불을 받는다. 공장 전체적으로 1인당 평균 소요비용은 한 달에 약 200달러 정도다.
여기에는 평균 임금과 각종 복지, 부대비용을 합한 금액이다. 문제는 이런 비용이 지금 점점 상승한다는 것이다.
한솔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대부분 점심은 현지 공장내 한국 식당에서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관리자 식당으로 관계자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갔다.

이미 식당 안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뒤섞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바이어들도 있고 협력업체 관계자들도 섞여서 식사를 한다. 일반 근로자들의 식사동은 따로 마련되어 있다.
한솔 관리자 식사동에서 점심을 마치고 나오자 한국 직원들은 잠시 짬을 내 휴게소로 향한다. 함께 따라간 휴게소에는 당구대를 비롯해 휴식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한국 관리자들은 잠시 잠을 청하기도 하고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점심식사 후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공장동을 둘러보았다. 현장을 돌아보는데 땀도 나지않아 쾌적했고 힘찬 미싱소리를 들으니 오후의 나른함도 날아간다. 오후 여정이 남아 있어 서둘러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한솔비나를 빠져나왔다.

GLOBAL DYEING CO., LTD.(글로벌다잉)


한솔에서 베트남에 투자한 염가공업체인 글로벌다잉은 한솔비나에서도 약 1시간 이상 넘게 차를 달려 가야하는 롱탄이라는 공업지대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국내 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 글로벌업체들의 공장도 많이 들어서 있다. 공단 부지는 넓게 마련되어 있는 반면 입주기업은 아직 다 들어차지 않아 다소 여유 있어 보인다.
공장 안내를 담당한 김희진 차장은 공장이 가동될 시점인 2005년부터 이곳에 들어와 글로벌다잉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동 3년을 넘겼으나 아직 정상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올해 말이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밝힌다.
글로벌다잉은 최첨단 자동화 장비가 갖춰진 최신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염색 장비가 장치 산업에 속하는 만큼 대당 가격도 높아 투자비가 상당히 많이 든 편이다.

현재 이곳에는 대략 3천만 불 이상이 투자되었다고 김차장은 밝힌다.
“염가공 공장은 장치 산업에 속합니다. 봉제가 단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지만 이런 산업시설은 단기간에 승부하기가 힘듭니다.
봉제가 인건비 비중이 약 70%를 차지한다면 염가공 산업은 70%가 인건비가 아닌 기계 유지에 들어가는 운영비가 차지한다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공장 규모에 비해 인력은 많지 않고 대부분 자동화시설로 이뤄져 있습니다.”
장치 산업인 만큼 감가상각비를 고려해 얼마나 오래 동안 장비를 정상 가동시켜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단기간에 승부할 수 없기 때문에 오랜 가동으로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베트남 현지 상황에 맞는 가장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고 적정 생산성을 일정하게 오랫 동안 유지할 수 있어야 글로벌다잉의 가치가 발휘될 것이라고 김차장은 말한다.
초기 글로벌다잉을 투자할 때 편직, 염가공, 봉제도 함께 투자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롱탄 공단이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부지를 사놓고도 투자를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편직, 염가공 시설만 들어오고 봉제시설은 포기했다. 대신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로 투자처를 돌렸다. 편직시설은 직접 투자한 것이 아니고 국내 정우섬유라는 협력업체가 들어와 전체 물량을 한솔것만 한다는 조건으로 공장만 임대해주고 기계설비는 자체적으로 들여와 가동 중에 있다.
100% 한솔 제품만 생산하다보니 거의 자회사나 마찬가지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우섬유의 현지법인인 정우비나는 염가공 공장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봉제공장터로 구입해 놓은 부지는 투자 기한 때문에 다른 국내업체에 매각했다.

글로벌다잉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베트남 현지의 한솔비나 뿐만 아니라 과테말라나 온두라스까지 일부는 수출되고 있다.
시즌마다 각국의 공장 오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현지 공급외에 수출도 되고 있다.
베트남에서 버티컬로 편직, 염색, 봉제를 하고 있는 한솔비나에 대해서 바이어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분명 다른 업체에서 가지지 못하는 장점이 있고 그것을 극대화시킨다면 양쪽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김차장은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앞으로 더욱 생산성을 높여 동사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다잉의 진가는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점차 관록을 쌓아갈 때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글로벌다잉 공장 내부는 거대한 기계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각종 염색 장비와 실험기기, 운반구 등, 큰 덩치의 기계들이 버티고 있다.
편직 라인인 정우비나 역시 거대한 기계음으로 요란하다. 두 공장 모두 24시간 가동체계이기 때문에 엔지니어 숙소에서 대부분 한국 관리자들은 생활하고 있다.
호치민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대부분 관리자들은 이곳 숙소와 인근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보낸다. 다소 단조로울 수도 있지만 열심히 정상가동을 위해 노력해가는 모습에서 보람을 찾아가고 있다.
글로벌다잉의 취재를 마치자 저녁이 가까워졌다. 또다시 호치민의 요란한 러시아워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