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하며]/경영리즘들

당신의 회사에도 '의정부 삼식이'가 있다

Jackim 2008. 5. 1. 12:04


당신의 회사에도 '의정부 삼식이'가 있다
 아버지가 말했다. "내일 아침 의정부에 다녀오렴"
아들 삼식이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네"
다음날 아침, 아버지는 삼식이를 찾았다. 삼식이는 그러나 새벽부터 보이지 않았단다. 
점심이 지난 후에 삼식이가 헐떡이며 집에 들어왔다,
"어디 갔다 왔냐?"
아버지는 조금 역정이 났다. 아침에 중요한 일로 의정부에 다녀오라는 심부름을 시키려는데 
없었기 때문이다. 삼식이가 의아한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의정부요. 의정부에 다녀오라면서요"
삼식이는 쓸데없는 일에 열중한다. 남보다 부지런을 떤다. 
새벽부터 의정부에 다녀올 정도로 열성이다. 단지 왜 가야 하는지 모른 채 말이다. 
의정부 삼식이 이야기는 어느 조직에나 있다. 열심히 일은 하는데 조직의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삼식이의 한계다.
잘 돌아가는 조직과 잘 안돌아가는 조직은 삼식이의 존재여부다. 
삼식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조직은 항상 빠듯하게 돌아간다. 돌아가는 속도가 점점 늦춰지고, 
시간이 지나면 움직임을 멈출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경영자들은 바삐 움직이는 조직원이 어여쁜가보다. 새벽부터 밤늦게 일하는 
조직원에게 많은 점수를 준다. 그들이 왜 바쁜가는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말이다. 
그들은 서쪽으로 가야하는데 동쪽을 향해 부지런히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선이 결코 아니다. 제대로 일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삼식이를 가려내는 게 경영자의 안목이다. 삼식이를 가려내지 못하면 그 조직은 희망이 별로 
없어 보인다.
불행하게도 삼식이를 가려내는 안목을 가진 경영자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삼식이를 격려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경영자 자신이 삼식이 인 것도 많이 보아왔다. 
창업 당시 그 총명함이 사라졌단 말인가. 
어려움을 극복하던 그 찬란한 영민함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판단력이 흐려지는 데는 비교대상 중에 비슷한 게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보석감별사, 
와인감별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럴싸하게 보이기 때문에 깜박 속아 넘어간다. 
같은 이치로 경영주는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직원과 컨설턴트 때문에 곤혹스러워 한다.
의정부 삼식이 문제는 효과와 효율이라는 용어로 풀이할 수가 있다. 
효율과 효과는 엄연히 다르다. 효율이란 이미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는 것이고, 
효과는 제대로 된 일을 하는 것이다.
"올바른 일을 하는 것과 일을 제대로 하는 것 사이에 놓인 효과와 효율성의 혼란에서 
모든 문제는 비롯된다. 확실한 것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만큼 쓸모없는 
일은 없다.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데는 효과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효율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기만 하는데서 나타나는 위기는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남을 따라 하면서 
효율성만 높이려는 기업이 차별화를 외치고 정체성을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효율성에 치중하는 기업은 전략적이지 못하다. 무엇을 하고,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하는지를 
선택하는 것이 전략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략은 경쟁자와 차별화된 나만의 독특한 
경영활동을 통해 차별화 우위를 강조하는 것이다. 
효과적으로 행동하는 기업만이 전략적인 기업이고, 그들만의 차별화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효과와 효율의 사례를 맥도널드에서 찾아보자.
식당으로 성공한 딕과 모리스 형제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52년.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1955년까지 4년 동안 그들이 판 것은 모두 15건에 지나지 않았고 
실제로 식당을 개업한 것은 그중 10곳뿐이었다.
실패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은 효과와 효율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들의 
첫 번째 프랜차이즈 식당 주인이었던 피닉스의 닐 폭스가 자기 식당이름을 맥도널드라고 
불렀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딕의 대답은 이랬다.
"도대체 뭐하려고 그런 짓을 하지? 피닉스에서 맥도널드라고 해봤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텐데. 
그런데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일을 하게나."
이때 레이 크록이 등장했다. 그는 효과적으로 맥도널드를 운영했다. 
1955년에서 1959년까지 만 4년 동안 크록은 100개 식당을 새로 열었다. 그
리고 또 4년 후에는 미국 전역에 맥도널드 이름을 가진 식당이 500개에 달했다. 
맥도널드 세계화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세계무대진출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맥도널드 같은 기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기업의 역사가 짧다고. 아니다. 
그런 것은 변명거리도 되지 못한다.
한 가지 예로 대표적인 국내 브랜드인 '원할머니보쌈'. '원할머니보쌈'이 창업시장에 뛰어든 지 
근 20년이 됐다. 식당을 운영한 역사는 이보다 훨씬 길다.
'원할머니보쌈'은 창업시장이 활성화될 때인 2000년대 초반 위세가 대단했다. 
그러나 그뿐이다. 지난 2005년에 런칭한 2브랜드 등갈비전문점 '퐁립'과 지난 2007년 말에 
런칭한 3브랜드인 '별난소문'의 전개과정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퐁립은 횟수로 4년차인 2008년4월 현재 가맹점수가 열 몇 개에 불과하다. 
'별난소문'의 경우 가맹점 오픈 소식을 듣기 어렵다. 시장반응이 시원찮은 탓이다. 
그 당당하던 '원할머니보쌈'의 위세는 어디로 갔을까.
의정부 삼식이 얘기를 더해보자.
삼식이가 수학시험을 앞두고 공부로 날을 샜다. 아버지는 삼식이가 기특했다. 
공부하는 삼식이에게 용돈도 주며 격려했다. 그런데 시험을 망쳤다는 게 아닌가.
"열심히 했는데, 왜 0점이냐?"
삼식이가 대답했다.
"시험범위가 미분 적분인데, 인수분해만 공부했어요. 
저번 시험에 인수분해만 나왔거든요."
미안하지만 삼식이 이야기는 당신의 회사 어디에도 있다. 
수많은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효과와 효율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의 수많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효과적으로 일을 하는 기업들도 있다. 
'퐁립'과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본죽'은 1000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계약을 한 예비 가맹점주가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지난 2007년1월에 런칭한 
제2브랜드의 본 비빔밥도 100개를 훌쩍 넘어섰다. 일본과 미국, 동남아 시장에도 진출,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미국에는 법인을 설립, 단독으로 가맹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5년에 설립한 젤라또카페 '띠아모'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국내 150호점 돌파에 이어, 몽골과 캄보디아에도 진출했고, 미국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유명브랜드인 스타벅스, 커피빈과의 경쟁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김성동 띠아 대표에게 물어봤다.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문제에 전략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역시 효과다. 세세한 운영효율에 집착하기 보다는 가야할 방향에 초점을 맞추는 효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보철 창업센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