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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글]거꾸로 가는 ‘아랍여성 인권’

Jackim 2007. 12. 13. 01:08

    News Inside / 거꾸로 가는 ‘아랍여성 인권’

     

    [문화일보]2007-11-17 03판 21면 1796자 국제·외신 뉴스
    초고층건물이 숲을 이룬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 한편에 가정 폭력 피해여성들을 위한 쉼터가 문을 열었다. 미국계 여성이 만든 이 쉼터는 사막 도시의 가려진 그늘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이라크 최대 석유수출항인 바스라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득세하면서 여성들에 대한 공격과 살해가 나날이 늘고 있다. 시계를 뒤로 돌린 듯한 바스라의 모습은 중동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단면인 셈이다.

    ◆ 두바이 바닷가 ‘희망의 도시’= 고층아파트와 고급주택이 즐비한 두바이 해안 주메이라 지역. 거기서 한 발짝 벗어난 움알샤이프 거리 18번지의 허름한 빌라에는 ‘희망의 도시’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이곳의 주인은 에미리트 남자와 결혼해 25년 전 부터 두바이에 살고 있는 미국 출신의 샬라 무사비(사진)라는 여성이다.

    무사비는 에미리트의 문화와 전통을 사랑하는 무슬림이지만, 여성에 대한 억압과 폭력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15년째 인권운동을 벌여왔다. 그는 25년간 두바이에 살면서 도시의 급속한 변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개발과 함께 새로운 주민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자 아랍의 전통적 여성 문제에 더해 새로운 사회적 문제들이 생겨났다.

    인신매매와 ‘하녀 학대’ 같은 사례들이 빈발하게 된 것. 그러나 경찰도, 대사관들도, 사회단체들도 여성들에겐 차갑기만 했다. 무사비는 도움 받을 곳도 없이 핍박받는 여성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 2001년 여성들을 위한 쉼터 ‘희망의 도시’를 만들었다. 현재 이곳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여성 9명과 어린이 4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무려 70명이 같이 생활한 적도 있었다.

    남편의 구타 때문에 도망쳐 나온 영국 국적의 여성, 주인의 폭력 때문에 피신 온 하녀 등 쉼터에 머무는 여성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오일달러가 넘쳐나는 두바이에는 수백만달러의 기금을 굴리는 ‘부자 구호단체’들이 많지만 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시설은 거의 없다. ‘희망의 도시’가 만들어진 뒤 무사비도 “전통을 해친다”는 비난을 받아야했다. 불법단체 운영과 명예훼 등의 혐의로 법정에 출두한 것도 세 차례. 그러나 최근에는 에미리트 정부가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무사비에게 ‘두바이 여성·아동기금’이라는 거대 기금의 운영을 맡기는 등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포스트모던과 전근대가 교차하는 두바이에서 무사비의 작은 시도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 탈레반화한 이라크 남부 = 이라크 최대 석유수출항인 남부 도시 바스라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한 공격이 줄을 잇고 있다. 바스라 치안책임자인 압둘 잘릴 칼라프 장군은 16일 영국 BBC 방송 회견에서 바스라 여성들이 극단주의자들의 공격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고 비참한 현실을 전했다.

    직장에 나간다는 이유로, 혹은 옷차림이 단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협박과 공격을 받고 살해당하거나 팔다리가 잘려 불구가 되는 여성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42명이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으로 숨졌지만 피해자 가족들이 쉬쉬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여성은 ‘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집에서 6살 아들과 같이 살해됐다. 일하는 여성들에게는 “(인신매매단에)팔아넘기겠다”는 협박이 날라오고, 히잡(머리쓰개)를 안 쓰고 외출했던 여성의 집 벽에는 ‘참수’를 위협하는 낙서가 써있기도 했다. 한 여대생은 히잡을 안 썼다는 이유로 거리에서 다리에 총을 맞았다.

    알 마칼 지역에 사는 여성 2명은 히잡을 안 썼다는 것 때문에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당했다.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