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 - 종교인과 신앙인 (40)]
출장길에 생각해 본 기업과 종교
[국민일보] 2013-04-03 2181자
내가 대표로 있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베트남에 공장이 있다.
그래서 현지 종업원도 많고 제품도 현지서 판매하기에 자주 출장길에 오른이다.
며칠 전 베트남의 대학과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키로 하고 이를 위한 결연식을
겸해 현지를 방문했다.
베트남에서 제법 자리 잡은 기업이 되었고, 무엇보다 ‘홈타민’이라는 브랜드가 현지
유명 브랜드 중 하나가 되니 당연히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다 사회에 도움을 주는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도 경영자로서
감안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지난 2년간 경제가 어려웠다. 조그만 기업부터 큰 기업까지 많이 도산하고
이로 인해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많이 잃었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방을 날치기하거나 휴대전화를 강탈해가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직장이 없고 생활이 안 되니 생계형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거래선의 사장과 이 문제를 이야기했더니 올해부터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공장을 증설하고 한국 대기업들과 일본 기업들도 계속
들어온다고 한다. 그는 ‘일자리가 늘고 경기가 살아나면 범죄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기업이 들어오면 젊은이에게 일을 가르치고 꿈을 주며 가정을 이루게 해 자녀들을 낳게
하고 범죄를 줄여준다는 그의 생각은 정말 중요하다.
그들은 한국 기업이냐 미국 기업이냐를 떠나, 직장을 주고 월급을 준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월남전에서 한국과 전쟁을 했던 기억은 전혀 발견치 못했다.
우리가 전쟁 중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 생각한다면 그들은 우리를 적대시할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전혀 그러지 않은 것을 보면 기업은 치유의 기능도 갖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베트남에서 또 하나 놀란 것은 새 아파트가 생기면 그 앞에 반드시 한국인 교회의
간판이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그곳에 가면 우선 교회가 생기고 복음이 전해진다는
사실은 새롭게 느껴졌다. 기업이 세계로 가면 그곳에는 복음이 들어간다.
기업이 복음 전파의 중요 기관이 됐다.
그러나 요즘 한국 기업의 왕성한 활동이 조금 주춤해진 느낌이다.
일본 기업이 엔저의 여파로 활기를 되찾아가고 한국 기업은 왠지 위축되어가는 것을
경영자들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저 ‘현상 유지만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장들이 많다.
‘경제 민주화’, ‘반 기업 정서’ 라는 단어가 ‘열심히 뛰는 것을 당연시하던 풍토’에서,
‘성장보다는 안정적 경영을 추구하고 잠시 쉬어가고, 성장보다는 웅크리는 마음’이
많다고 한다.
세계 기업들의 경쟁은 무척 치열하다. 인도, 중국, 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의
추격이 심하고 선진국들과의 경쟁도 매우 심해 조금의 한눈을 팔 시간과 여유가 없는 때다.
다시 한 번 신바람 나게 경영에 전념케 할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다시 힘내서 달려갑시다’라는 희망의 바람을 일으켰으면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따뜻한 응원의 마음이 필요한 때다. 그래야 복지와 치안 문제도
자동적으로 해결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기업가는 돈만 버는 것이 목적의 전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큰일이다. 돈을 벌고 나면 그 다음 목표와 희망이 사라져 버린다.
나는 크리스천 기업인으로써 ‘기업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뜻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중요한 희망이 기업을 이끌어 가는 이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 기독 실업인이 가져야 할 기본 정신이라고 생각된다.
이 정신이바로 청지기 정신이 아닐까 싶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이루시기 위해
나에게 재물과 능력을 주셨고 나는 이 일을 통해 하나님을 기쁘게 할 일을 찾아 살겠다는
청교도 정신이 우리에게 필요한 때이다.
이 일이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강조하신 예수 그리스도 말씀을 지켜가는 길이기도 하다.
이것을 발견하고 실천할 때 새로운 희망이 생기고 용기가 생기며 기업을 해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라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조용히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가 대장장이로 일하든 농부로 일하든 직장인으로 일하든 성직자와 똑같이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다는 청교도들의 신앙관을 생각해 보면서, 아무리 힘든 일일 지라도
‘그리스도를 위하여’라고 다짐해 보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해 본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