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송의 의의와 역할
1. 해운의 개념
운송(transportation)이란 "사람이나 재화를 어떤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으로써, 그 사이 재화의 형태나 성질을 물리적 또는 화학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것"이 운송의 가장 초보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국제운송(international transportation)이라 하면 사람이나 재화의 이동이 국제간에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해운(shipping, carriage by sea, ocean transportation)이란 "바다 위에서 선박을 이용하여 사람이나 재화를 장소적·공간적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해운이 다른 운송부문과 구별되는 점은 '바다'와 운송수단인 '선박'이 해운의 개념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양운송(ocean transportation)이 아닌 하천, 호수, 운하지역만을 운행하는 비교적 소규모의 내륙수상운송은 일반적으로 해운의 개념에서 제외된다. 선박에 대해서는 이른바 상선(merchant ship)만을 그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어선, 준설선, 창고선, 시추선 등도 해운의 개념에서 제외된다.
해운은 근본적으로 장소적 효용(place utility)을 창출하는 점에서 다른 운송활동과 다를 것이 없다. 해운은 장소적 효용을 창출하는 생산활동일 뿐만 아니라 석유, 철광석, 석탄, 곡물과 같은 주요 원자재를 생산공정에 접속시킴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생산물에 가치를 추가하게 하고, 다음에는 이것을 소비시장에 이전시킴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다시 추가하게 한다.
2. 해운의 특징 및 역할
1) 해운의 특징 (1) 대량수송 해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량수송이다. 한번에 대량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수송수단으로는 선박을 따를 수가 없다. 비교적 대량수송을 한다는 철도의 경우 20톤 화차 20량을 연결하더라도 600톤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50만톤의 원유를 일시에 1척의 선박으로 운반할 수 있는 해운이야말로 대량수송의 화신이 아닐 수 없다.
(2) 수송비의 저렴 해운의 수송비는 타운송수단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저렴하다. 선박은 바다라는 천연의 통로를 비교적 저속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철도 및 도로와 같이 막대한 투자를 요하지 않는 데다, 고속으로 하늘을 항행하는 항공기처럼 극도로 정교한 것을 요하지도 않아, 상대적으로 운송원가가 낮아서 저렴한 수송용역을 창출해 내고 있다.
(3) 원거리수송 원거리수송이 반드시 해운의 요건은 아니지만 흔히 해운이 5대양 6대주로 상징되듯이 대부분의 해상운송이 대륙을 잇는 장거리운송에 이용되고 있다. 한편 항공운송도 주로 장거리운송에 투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해상운송과 공통성을 갖는다.
(4) 자유로운 수송로 해운은 바다라는 천연의 통로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고 철도·자동차와 같이 일정한 통로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일찍이 네덜란드의 그로티우스(Hugo Grotius, 1583∼1645)가 1609년 '공해자유론'을 제창, 18세기에는 국제법으로 공인되어 거의 모든 바다가 자유로운 운행을 보장받음으로써 해운의 발달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 점 역시 항공운송과 공통성을 갖는다.
(5) 국제성(global industry) 국내에서의 연안해운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해운은 국제간에 이루어진다. 해운의 국제성이란 외국의 항만에 선박이 자유롭게 출입할 뿐만 아니라 해운시장이 국제적으로 형성되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철도나 자동차가 주로 국내만을 활동무대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해운과 공운이 갖는 공통적 특징이라 하겠다.
(6) 저속성 대부분의 상선은 저속으로 운행되고 있다. 항공기는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 기차에 비해서도 가장 느린 운송수단이다. 이처럼 속력이 느린 만큼 운임이 싸고 더불어 경제성을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항공기가 고속성을 내세워 고운임을 요구하는 데 비해 선박은 저속을 기초로 하여 저운임, 대량수송으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한다.
2) 해운의 역할(해운과 국민경제와의 관계) (1) 무역 촉진 자국선박을 보유함으로 해서 외국선박의 일방적인 운임인상 등이 방지되고 운임조정을 통해 수출입의 증진이 기대된다. 흔히 해운을 무역의 종속변수(dependent variable)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무역은 국기를 따른다(The trade follows the flag)라는 말이 있듯이 자국선박이 기항하는 곳에 새로운 시장이 개발되고 수출입이 이뤄진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2) 국제수지의 기여 만약 모든 수출입화물이 외국선박에 의해 운송된다면 막대한 운임을 외화로 지급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자국선박을 이용할 경우 외화지불이 필요 없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외국화물을 수송함으로써 많은 외화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3) 관련 부대산업의 육성 우선 조선업을 비롯하여 해상보험업, 창고업, 육운업, 하역업 그리고 선용품용달업, 급유업, 통선업 등과 같은 해운부대산업, 무역업 및 운송조선업 등 무수히 많은 산업과 연계되어 파급효과를 수반한다. 더불어 선원과 같은 해상노무자 뿐만 아니라 부두인력 및 제관련산업으로 파급되는 고용효과 또한 지대하다.
(4) 국토방위의 수단 및 국위선양 현대전은 총력전이라는 측면에서 유사시 병력 및 물자수송에 동원되어 국방에 기여할 수 있고, 항상 자국기를 휘날리며 5대양 6대주를 누빌 수 있어 대외적으로 국력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